“중국을 PR하라” vs. “우민화ㆍ세뇌 중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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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CC-TV 신사옥 [중앙포토]

중국에서 미디어를 둘러싼 관·민 대립이 고조될 기세다. 당국은 거액을 투입해 미국의 세계적인 뉴스 채널인 CNN식의 중국 미디어를 만들어 대대적인 국가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 소식이 흘러나온 12일 중국 내 반체제 지식인 22명은 CC-TV 뉴스 보도를 신랄하게 비판한 공개 서한을 해외 인터넷에 게재했다. 당국은 대대적인 중국 홍보를 위해 미디어를 거대화하려는 움직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소수 지식인들이 나서서 중국 관영 미디어의 선전성과 조작성을 비판해 서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미디어 정책을 둘러싼 중국판 갈등 양상이다.

◇"중국을 PR하라"=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3일 "중국 당국이 450억 위안(9조원)을 투입해 국영CC-TVㆍ신화(新華)사ㆍ인민일보(人民日報)의 해외 취재망을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세계를 상대로 한 거대 미디어를 만들어 대 서방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신화사는 현재 100여 개인 해외지사를 186개로 늘이고 24시간 국제뉴스를 내보내는 TV방송국도 설립할 계획이다. CC-TV는 올해 아랍어와 러시아어로 방송되는 채널을 추가할 계획이다. 인민일보는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을 5월 창간할 계획이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기간 중 해외 언론이 중국에 관해 부정적 보도를 다량으로 쏟아 부은 것에 충격을 받은 고위 관리들이 내린 결정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덧붙였다.

◇"CC-TV는 우민화 세뇌 선전을 중단하라"=링창저우(滄洲·작가), 란윈페이(雲飛·학자), 자오궈쥔(趙國君·법률학자), 텅뱌오(彪·법학박사), 잔아이쭝(愛宗·작가기자) 등 중국 지식인 22명은 12일 공동 명의로 ‘CC-TV를 거부하고, 세뇌를 거절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그들은 CC-TV를 반대하는 이유로 ▶CC-TV가 방송을 통해 (멜라닌 우유 사건의 주범인) 싼루(三鹿)가 1,100회의 성분 검사를 했다고 선전한 점 ▶전환기 중국 사회에서 빈발하는 돌발성 사건과 집단 시위를 선별적으로 보도하거나 낮은 비중으로 처리한 점 ▶수 십 년 동안 국내 뉴스는 좋은 것만 보도하고 나쁜 것은 보도하지 않으며, 국제 뉴스는 나쁜 것만 보도하고 좋은 것은 보도하지 않은 점 ▶저녁 황금시간대에 궁중의 권모술수, 황제의 전제정치, 내시들의 전횡으로 가득찬 청나라 역사극을 지나치게 많이 방송함으로써 자유민주로 나아가는 분위기를 약화시키고 사람들로 하여금 노예 성향을 갖도록 한 점 ▶백가강단(百家講壇)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입을 빌어 대규모 필화사건(文字獄)을 자행한 청나라 강희ㆍ옹정ㆍ건륭제를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한 점을 들었다.

서한은 이에 따라 "CC-TV의 프로그램과 인터넷에 대해 ‘보지 않고(不看), 들어가 보지 않고(不上), 듣지 않으며(不聽), 말하지 않는(不說)' 이른바 ‘4불(不) 책략’으로 맞설 것"이라며 “우리는 최소한의 거부권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개서한에 서명한 학자들은 지난해 춘절(春節·설)에는 ‘새로운 춘절 문화선언’을 통해 CC-TV의 제야의 밤 특집방송인 ‘춘절만회(春節晩會)’가 갈수록 중국 인을 우민화하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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