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없는 심증수사 쐐기 - '아가동산' 살인혐의 무죄선고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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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유죄인가,무죄인가''사이비종교 집단인가,순수 협업마을인가'. 지난해 12월 검찰이 김기순(金己順.58.여)피고인등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기소,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던'아가동산'사건이 1심공판에서 이 사건의 핵심인 살인부분이 무죄가 선고돼 파문이 예상된다.

'주검이 없는 살인사건'에서 검찰은 살인을 구체적으로 입증할만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데 대해 재판부는 증거재판주의 원칙아래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검찰은'아가동산'을 광적인 사이비 종교집단으로,金씨를 교주로 규정했으나 이마저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사이비종교집단으로 규정할 수 없음을 명확히 밝혀 검찰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한'아가동산'을'신의 나라'로 신격화해 신도들의 임금을 착취하고 재산헌납을 강요했다며 검찰이 적용한 사기죄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가 선고돼 검찰 수사의 문제점이 단적으로 제시됐다.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처음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12월1일.'아가동산'피해자라고 주장하는 安모(39.여)씨등 30여명이“아가동산은 사이비 종교집단이며 지난 87,88년 신도 2명을 무참히 살해했고 이중 한명을 암매장했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진정인들의 진정내용은 살해현장을 목격했다는 진술뿐 살인을 입증할만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검찰은 진정서접수 8일만에'아가동산'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지난해 12월27일 金씨등 6명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증거확보에 조급해진 검찰은 뒤늦게 증거확보를 위해 수차례에 걸쳐 진정인들이 이들이 살해,암매장됐다고 주장한 강미경(姜美暻.당시 21세)양에 대해 시체발굴 작업을 벌였으나 끝내 시체를 찾아내지 못했다.

특히 姜양의 시체를 암매장했다고 진정인들이 주장한'아가동산'굴착기 기사 윤방수(尹邦洙.45)씨 조차 암매장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결국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과정에서 확실한 증거도 없이 피해자들의 진정과 정황증거에만 의존,살인혐의등으로 피고인들을 구속기소했다가 1심 판결에서 살인혐의 부분에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결국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난과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됐다. 여주=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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