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 경쟁력 중국·일본보다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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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28일 경희대에서 열린 ‘아태지역 도시의 국제경쟁력 비교’ 학술회의에서 고병호청주대학교 교수(왼쪽에서 셋째)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우리나라 도시들의 국제경쟁력이 중국 . 일본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경희대에서 열린 '아태지역 도시의 국제경쟁력 비교'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은 '중장기적 관점의 부재와 규제 위주의 도시계획이 한국 도시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 상하이에 역전 당한 부산=윤철현 교수가 국내외 해운항만 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상하이와 부산의 '항만물류도시 경쟁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은 상하이의 환경이 부산보다 훨씬 앞서는 것으로 지적했다. 물어본 16개 항목 중 부산이 앞서는 부문은 4개, 상하이가 앞서는 부문은 12개였다. 2000년 초반을 기점으로 부산 우위에서 상하이 우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력 약화의 이유로는 ▶운영주체가 3개 기관(부산시.부산해양수산청.부산항만공사)으로 분산돼 항만과 도심의 충돌 현상이 발생하고▶항만운송 이외의 공항.철도 등의 기반이 열악하고▶부산.광양의 2항만(two port)정책으로 힘이 분산됐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반면 상하이는 항만 개발과 운영 관리가 일원화돼 있다. 또 외국의 대부분 항만도시는 복합운송 중심지로 열차.항공 등 물류 시스템 연계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 타당성 결여한 수도권 집중억제정책=수도권 억제정책은 실효성.합리성.일관성 측면에서 모두 부적절하다. 수도권 과밀은 인구 규모보다는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 비능률적 교통체계에 더 큰 원인이 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에 대한 연구 결과 제조업이 수도권 인구집중을 유발하는 통계적 증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도권 정책은 인구억제 차원이 아니라 도시환경을 국제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 과학 기업을 배출할 수 있는 도시환경=과학도시인 대덕연구단지는 최근 크게 발전했으나 미국 과학도시인 오스틴과는 아직 격차가 있다. 미국은 도시 차원에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며, 컴퓨터 서비스 등 창업보육센터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반면 대덕은 이런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 창업보육센터는 임대사업 위주로 돼 있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가능성 있는 기술을 정확히 분석하고, 시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우수한 벤처 캐피털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

◆ 광주 문화중심도시화는 민간 참여로=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공약으로 시작된 광주의 문화중심도시화는 기존에 유럽에서 진행됐던 문화 수도 프로그램이 좋은 선례가 된다. 영국 셰필드시의 경우 주력이던 철강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1990년대 들어 문화산업도시로 탈바꿈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이곳을 최고의 산업 개발 모델로 꼽았고, 영국 정부도 도심 경제의 세대교체 모델로 인정했다. 단순히 커다란 복합 문화센터만 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 기능과 함께 여러 기능을 함께 유치해야 한다.

정리=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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