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한국은행 또 힘겨루기 - 産苦겪는 금융감독체제 개편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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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해묵은 한국은행법 시비가 재연될 조짐이다.금융개혁위원회를 통해 한은 독립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재정경제원과 한은이 다시 날카롭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작업에서 재경원의 통화신용정책을 한은에 대폭 이양해야 한다는 점에는 별 이의가 없다.문제는 감독체계.재경원은 은행감독원을 한은에서 통째로 떼내 재경원 산하로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에 반해 한은은 은감원 기능의 대부분을 계속 보유한 채 검사권중 부정대출적발 및 계좌추적용 일반검사업무에 한해 떼낼 용의가 있다고 맞서는 형편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은감원 감독기획국.신용감독국.금융지도국등 3개 주요국이 한은내에 그대로 남고 기존의 검사 1~6국중 일부 기능만 신설감독기구로 넘어간다.또 한은 부총재를 2명으로 늘려 집행부와 감독부에 1명씩 둔다는 것이 한은의 복안이다.

이런 가운데 16일 금개위는 신설감독기구로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설치해 그 밑에▶1안=금융감독원(은행+보험+증권)과 통합예금보험공사(예금보험공사+신용관리기금등)를 두거나▶2안=금융감독원(은행+보험)과 증권감독원.통합예금보험공사를 두는 복수안을 제시했다.그러나 금개위는 금감위를 총리실 산하로 할지 재경원 산하로 할지 논쟁을 벌이다 결론을 못 낸 채 17일 다시 논의하기로 미뤘다.

물론 최종적으로 한은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것은 재경원.그러나 금개위의 건의를 상당히 감안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금개위가 어떻게 최종건의안을 만들지를 둘러싼 재경원과 한은 사이의 시비가 또 한차례 불똥을 튀길 전망이다.국회에 상정하기도 전에 한판 싸움이 시작돼 금개위 역시 난처한 입장에 빠져들고 있다.쟁점을 살펴본다.

◇신설감독기구를 어느 산하에 두나=재경원은 금감위를 총리실 산하에 두면 금융감독 체계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해진다며 절대 반대다.금융기관의 시어머니가 현재 두곳(재경원.한은)인데 앞으로는 세곳(재경원.한은.금감위)으로 늘어나 지금보다 더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한은은 금감위를 총리실 또는 재경원 외의 제3부처 산하로 해야지 재경원 산하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금개위는 당초 금감위를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의견을 모았다가 막판에 총리실 또는 재경원의 복수안으로 양다리를 걸쳤다.하지만 금개위 내부에서는 여전히 금융감독의 자율성과 중립성 유지를 위해서는 총리실 산하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이에는 금개위원들의 반(反)재경원 정서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떤 은행감독기능을 떼내나=재경원은 은감원 기능을 통째로 떼낸 뒤▶증권.보험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원을 만들거나 아니면▶3개 감독원을 그대로 두되 협의체를 통해 조정해 간다는 구상이다.

한은은▶자기자본비율 유지를 위한 지도감독▶동일인 여신한도▶은행 건전경영을 위한 지도감독등 은감원의 골격기능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이경식(李經植)한은총재는“한은이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만큼 감독기능도 가져야 한다”며“다만 부정대출 판별이나 계좌추적 같은 일부 감독업무는 한은 고유업무와 거리가 있어 떼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금개위는 건전경영 지도등 최소한의 감독기능은 한은에 계속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재경원보다 한은쪽에 가깝다.그러나 금개위는 검사권을 금감위가 관장하되 한은이 은행과 계약을 체결해 일부 검사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한은은 이같은 계약검사에 반대한다.

◇은행신탁.제2금융권 감독은 누가=재경원은 그동안 이 부분을 감독해 왔는데,재경원 산하에 금감위가 신설되면 당연히 그 기능이 이쪽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은행신탁.제2금융권이 통화신용의 큰 부문을 차지하는 만큼 경영검사기능을 차제에 재경원으로부터 가져와야 겠다는 입장이다.금개위는 은행신탁.제2금융권을 금감위가 관장하되 한은에 일반은행에 준하는 건전성규제 및 검사기능을 부여하는 안을 마련중이다.

◇금융통화위원회의장과 한은총재는 누가 높나=재경원과 금개위는 금통위의장이 한은총재를 겸직하게 한다는 생각이다.이는 조직체계상 금통위의장이 한은총재 위에 있다는 의미다.반면 한은은 한은총재가 금통위의장을 겸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현곤.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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