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매일 밤 공부 스케줄 보완…두달만에 내신 15점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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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국제중학교 1기 졸업생들은 “국제중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왼쪽부터 배지수·권동윤·한동민·이하경·강규민·박예니·김채원 학생. [김현동 기자]

청심국제중에 이어 대원·영훈국제중이 올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국제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내로라 하는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국제중의 문턱을 넘지만 막상 입학 후 상당수는 치열한 경쟁을 따라가지 못해 중도에 포기한다. 국제중의 경우 ‘합격’보다 ‘적응’이 더 중요하다. 청심국제중 1기 졸업생 7명이 전하는 ‘국제중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활·학습가이드’에 주목해 보자. 이들은 모두 올해 청심국제고에 합격했다.

입학 후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라 권동윤(16)양은 국제중 입학 후 친구들의 영어실력에 놀라 한동안 등교하기 싫었다.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데다 학교에서는 일상생활까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인 권양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2학년 초 편입한 김채원군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일반 중학교에 다닐 땐 ‘최고 실력’이란 소리를 들었지만 국제중에 오니 상황은 180도로 변했다. 한동안 수업내용을 알아듣지 못했고, 친구들과 영어로 소통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들은 해법을 찾아 나섰다. ‘어떻게 들어온 학교인데…’ 자신의 처지를 비관만 할 게 아니라 부닥쳐 보기로 했다. 한 달 평균 2~3권의 영어책(Critical Reading)을 독파하며 영어실력을 쌓아 나갔다. 매일 1~2시간씩 영어방송을 들으며 듣기·말하기 연습도 했다. 알아듣지 못해도, 말이 서툴러도 친구들과는 영어로만 대화했다. 6개월쯤 지났을 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영어실력이 부쩍 늘어 있었다.

편입 초기 100점을 가까스로 넘겼던 김군의 iBT 성적은 114점으로 올랐다. 결국 청심국제고 수석입학이란 성적을 일궈냈다. 권양도 내신성적 우수자(3%내)에 뽑혀 장학생이 됐다. 이들은 “국제중은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모인 학교란 점을 인정하는 게 충격을 줄이는 비결”이라며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긍정적인 미래를 떠올리며 지금 내가 해야 할 목표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쟁은 ‘나 자신’과 하는 것 청심국제중에 수석입학했던 배지수군은 2학년 초 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0.1점, 0.01점 차이에도 몇 등씩 오르내리는 국제중에서 수석입학이란 별 의미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공부 잘하는 아이였는데….’ 자만심은 그의 성적을 끌어내렸다. 점점 공부와 멀어졌고, 2학년 1학기가 되자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때 얻은 교훈이 ‘경쟁 상대는 나 자신’이란 것이었다. 배군은 “국제중에서 ‘점수차=실력차’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발상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성적은 추락하게 마련”이라며 “성적이 떨어지면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중·하위권 성적표를 받아든 한동민군도 충격을 받았다.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자기관리를 잘못한 게 화근이었다. 이후 그는 자신만의 스케줄표를 작성했다. 매일 밤 실력이 떨어지는 과목을 점검해 다음날 스케줄표를 짰다. 부족한 분야를 집중 공부한 것이다. 덕분에 2개월 후 치러진 기말고사에서 평균 15점을 끌어올렸다. “굳은 결심과 철저한 생활관리만 있으면 성적은 오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예니양은 “누구를 뛰어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내 점수를 뛰어넘겠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명 안팎의 동급생들을 의식하다 보면 친구 간에 벽이 생기고, 이는 결국 나 자신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나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라 이하경양은 신입생 시절 ‘성적이 안 나오면 어쩔까’ 불안한 마음에 주말이면 학원에 다녔다. 공부 잘하는 친구가 다니는 학원을 따라다니며 주말의 상당 시간을 학원에서 보냈다. 학원에서 돌아오면 학교 과제물 처리에 급급했고, 정작 자신만의 공부시간은 없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갔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그는 “사람마다 부족한 부분이 다른데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우매한 짓”이라며 “공부 잘하는 친구의 시간관리 능력과 학습법은 배워야 한다. 하지만 답습하지 말고 부족한 점을 찾아내 나만의 방법으로 재가공하라”고 충고했다.

강규민군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독서실 옆 친구를 의식하고 따라하다 보니 정작 나에게 필요한 부분은 소홀하게 됐다. ‘나의 위치와 취약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걸 그때 느꼈다. 강군은 “목표를 정하고, 자신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 나가야 한다”며 “‘나도 할 만큼 했어’가 아니라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만든 문제점은 뭘까’를 파악해 다음엔 그런 실수가 없도록 엄격하게 다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석호 기자,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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