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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노르망디 상륙 재연 "돌격, 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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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노르망디 상륙 60주년 행사에 참가한 미국인들이 성조기를 매단 지프를 타고 도로를 주행하며 당시의 상륙 작전을 재연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최대의 격전지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변에 3일 군인들이 대거 상륙했다. 2차 대전 때 실전에 투입됐던 탱크.수륙양용장갑차.지프 등을 타고 군복과 무기까지 그때 그 모습이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연합군뿐만 아니라 당시 점령군이었던 독일군까지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철모 밑으로 삐져나온 긴 머리카락은 그들이 가짜 군인임을 말해줬다.

노르망디 전적지를 안내해준 더크 데벨데(61)는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기념하기 위해 온 군수품 수집가들"이라며 "전쟁 상황을 재연하면서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노르망디의 5개 해안 중 가장 전투가 치열했던 오마하비치에 인접한 '세실 브리든 캠프'를 찾았다. 20여채는 돼 보이는 야전 천막 사이로 각국 군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간호막사와 위장막까지 덮는 완벽한 천막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어딘지 모르게 엉성했다. 사람들의 군복도 하나같이 상의와 하의 색깔이 조금씩 달랐다. 물론 철모에 탄띠까지 완벽하게 갖춘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군복 상.하의만 입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군인놀이 클럽'의 회원이다. 세실 브리든 캠프는 모두 6개 클럽 출신 90명의 2차 대전 군수품 수집가들이 만들었다. 클럽 회원들은 유럽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노르망디 캠프는 이들의 연례 모임이다.

캠프 안에서 만난 '스트릭틀리 G. I.'클럽의 한 회원은 "우리 클럽에서는 프랑스와 벨기에.네덜란드.독일 출신의 회원 13명이 참가했다"고 말했다. 상륙기념일인 6일까지 문을 여는 이런 캠프는 오마하비치와 바로 옆 골드비치 해안 곳곳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오마하비치에서 서쪽으로 15분 정도 차를 달려 도착한 작은 도시 그랑캉-메이시. 이번에는 해변 마을 도로를 따라 2차 대전 때의 지프와 장갑차가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펄럭이는 연합국 국기와 낚싯대처럼 휘어져 날렵한 맵시를 자랑하는 안테나, 그리고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옛날 군용 오토바이까지 등장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44년 6월 6일 미국과 영국이 주축이 된 연합군이 감행한 세계 전쟁역사상 최대의 상륙작전이다.

연합군은 수송기 2316대와 수많은 글라이더를 동원, 점령군인 독일군 배후에 공수부대를 투하시켜 프랑스 내륙에 거점을 확보했다. 동시에 항공기 1만3000여대와 함선 6000여척을 동원해 노르망디 해안을 초토화하면서 7개 사단을 상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날부터 7월 2일까지 연합군 측은 약 100만명, 57만여t의 물자, 각종 차량 17만대를 프랑스에 상륙시켰고 8월 25일 파리를 해방시켰다.

노르망디(프랑스)=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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