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소유권 반환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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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미 대사로 임명됐지만
명성황후가 시해되자
부임을 거부하고 낙향했다.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동포들이 힘을 합쳐
자주독립을 찾으면
황천에서도 기뻐하리라."

'애국지사'민영환이다.

일본에서 누에 치기를 하다
러일전쟁이 일어나자
일본군 통역으로 귀국했다.

을사조약 체결 일년 전에
친일단체 일진회를 만들었다.

일제에 공로를 인정받아
홋카이도에 땅을 하사받고
'백작'칭호도 얻었다.

'친일파'송병준이다.

지금은 미군 부대가 들어선
수천평의 땅을 두고
두 사람의 자손들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한다.

친일파 후손들이 당당하게
재산찾기 소송을 내는
이 나라의 국회는
'친일 진상규명 특별법'을
지난 3월에야 통과시켰다.

해방 후 50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나라를 판 자들의 행적.

몇 년을 끌지도 모를
두 가문의 싸움이
법정에서 결론나기 전
우리가 먼저 밝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인천 산곡동 땅 2000여평을 두고 송병준의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반환 소송을 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민영환의 후손이 "그 땅은 본래 우리 땅"이라며 법원에 소송 참가 신청을 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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