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증시 개혁바람 - 사이버시장 등장등 환경변화 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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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주식시장을 좀더 시장답게 만들자.' 선진 증시에 개혁바람이 거세다.사이버 증시의 등장,국가간 자본이동의 자유화,증시의 기관화 현상등 환경변화에 맞서 관료적이고 비생산적인 요소들을 벗어던지고 혁신적인 여러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그러나 현재 논의단계인 벤처기업 전용 3부시장 개설,복수거래소 설립등이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거래소도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변혁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증권거래소가 최근 입수한 해외증시동향자료를 보면 거래소 개혁은 주로 주식회사제 전환,마케팅부서 신설등 시장원리를 따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주식회사제 전환=이미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된 스웨덴의 스톡홀름증권거래소는 자국내 옵션거래소와의 합병을 올 상반기중 마무리하고 7월께 자기주식을 상장시킬 예정이다.호주증권거래소도 지난해 10월 6백여개 회원증권사들이 모여 주식회사로의 전환을 결의한데 이어 내년 상반기중 상장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들 거래소가 주식상장을 추진하는 것은“무한경쟁 시대에 살아 남으려면 거래소도 자기 힘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거래소 운영을 증권사 회원제에서 일반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도 받아들이는 쪽으로 바꾸는 곳도 있다.헬싱키.암스테르담 거래소가 바로 그들이다.세계 3위의 런던거래소는 의회등 정치권으로부터 주식회사제를 도입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거래세.수수료 인하=미국.독일등은 오래전에 증권거래세를 없앴고,영국 역시 이를 신중히 검토중이다.일본도 외국기관의 증시 이탈현상을 막기 위한 금융빅뱅을 실시하면서 지난해 4월 거래세를 0.21%로 낮췄다.

특히 미국에선 최근 거래수수료를 한푼도 받지 않는 증권사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마케팅부서 신설=정부지원등으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증권거래소들이 세계 기업들을 상대로 상장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국제증권거래소연맹(FIBV)소속 35개 증권거래소중 22군데서 상장유치를 위한 마케팅부서를 두고 있다.

보다 값싸고 편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만 있다면 세계 어디에라도 가겠다는게 요즘 기업체들의 생각이다.

경제블록화가 진전된 북미의 경우 캐나다 기업 43%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서 거래되고 있다.위기감을 느낀 캐나다의 토론토증권거래소가 혼신의 힘을 쏟아 지난달 1백% 전자거래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자국기업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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