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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내 두루미 월동 낙원 하류에 댐 들어서 수몰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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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6일 오후 민통선 안 임진강 상류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의 빙애여울 강가에서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아 다니고 있다. 매년 겨울 200마리의 두루미들이 찾는 장군빙애 여울이 댐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제공]


 6일 오후 3시 남방한계선 남쪽 2㎞ 거리의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 임진강 상류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빙애여울.

임진강의 겨울철 진객인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 10여 마리가 강가 자갈밭에서 노닐고 있다. 자갈밭 옆 산등성이의 추수가 끝난 율무밭에는 두루미 30여 마리가 한 줄로 늘어선 채 밭을 오르며 먹이를 찾고 있다. 빙애여울은 물이 맑은 데다 수심이 낮고(5~20㎝) 물살이 빨라 두루미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잠자리로 사용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폭 300~500m, 길이 1㎞ 정도의 빙애여울 일대 임진강에는 매년 11월 초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두루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200여 마리가 월동한다. 올겨울의 경우 현재 두루미 130여 마리와 재두루미 20여 마리,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 한 마리가 월동 중이다. ‘단정학’으로도 불리는 두루미는 세계적으로 28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 조류다. 이들 두루미는 봄이 되면 시베리아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빙애여울 하류 쪽 2㎞ 떨어진 지점에 군남홍수조절지(군남댐) 조성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두루미들의 월동지가 위기를 맞고 있다. 댐이 서면 빙애여울이 저수지처럼 변해 두루미들이 더 이상 찾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자연다큐멘터리제작자협회 김수만(50) 교육이사는 “댐이 건설되고 담수가 이뤄지면 두루미 월동지가 사라질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건설단 김지원 건설관리과장은 “연천군 지역에 용수(用水)를 공급하고 겨울철에도 임진강 하류에 일정한 물을 흘려 보내 하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31m 수위로 담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군남댐의 계획 홍수위는 40m이며, 겨울철을 제외한 시기에는 수문을 개방해 평시(댐지역 수위는 24m)와 같이 물을 흘려 보내게 된다. 김 과장은 “빙애여울이 없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두루미 대체 서식지 네 곳과 인공섬·물길을 조성하고 두루미 먹이 주기도 병행하는 대책을 환경단체와 협의해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윤무부(조류학) 명예교수는 “대체 서식지 조성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차선책으로 담수량을 줄여 두루미 월동지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댐 건설로 경기도가 연천군 태풍전망대 일대에 추진 중인 ‘DMZ(비무장지대)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경기개발연구원 박은진(42·여) 책임연구원은 “두루미 월동지가 사라지게 되면 빙애여울을 중심으로 한 DMZ 평화생태공원 조성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천=전익진 기자

◆군남댐=군사분계선과 주위에 들어선 북한의 5개 댐으로 인한 임진강 하류지역(파주)의 홍수 예방을 위해 조성 중이다. 총 사업비 3235억원을 들여 높이 26m, 길이 658m, 총 저수용량 7000만t 규모로 내년 6월까지 완공된다. 2006년 9월 공사가 시작돼 현재 공정률 48.4%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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