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나신뒤엔 철저한 프로정신 가진 누드모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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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에덴동산의 사과를 깨물기 전 이브의 모습.나신(裸身)그대로를 공개적으로 선보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누드모델들.지난해 6월 창립된 한국누드모델협회(회장 하영은)가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한데 이어 인터넷 누드스타로 세계적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재미교포 李승희(27)씨가 내한,누드모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河영은(29)회장과 李씨를 통해 누드모델의 세계를 살펴본다. 편집자

누드모델은 다른 모델과는 달리 온 몸에서 뿜어내는 내면의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두사람의 공통된 의견. 혹 잘못하다가는 천박한 분위기를

풍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세계적 스타가 된 李씨도 스스로“풍부한 표정이

장점”이라고 얘기할 정도. 河씨도“그간 몇몇 영화나 뮤지컬에 출연한 것도

몸을 통한 내면연기를 더욱 확실하게 배우고 싶어서였다”고 말한다.

“누드모델에는 엄밀히 말해 정년이나 기준이 없어요.키가 작거나 크다든지

몸이 좀 뚱뚱하더라도 주제에 따라 얼마든지 아름다운 내면을 연기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모델 경력 10년째인 河씨의 설명이다.

자신의 직업에서 새로운 이들에게 밀려나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

것은 여느 직업 못지 않다.

李씨가 매일 틈나는대로 헬스나 조깅을 통해 몸매를 관리한다면 河씨는

포즈와 연기력 교육.재즈발레 강습을 통해'몸의 언어'에 대한 감각이

뒤처지지 않게끔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하지만 세간의 눈길이 따가운 직업인 만큼 일을 한다는 것이 보통 이상으로

힘들다.李씨의 경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의대생이던 92년 처음

플레이보이지의 누드모델 제의를 받고 6개월가량 고민했다.결국“성인용

잡지라는 한계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 정도의 누드사진이라면 예술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지금도 플레이보이의 사진작가 외에는 누드사진

모델을 서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다.

河씨는 우연히 알게 된 사진작가의 추천으로'돈 때문에'모델 일을 시작한

경우.누드모델로 국내 정상급에 오른 그지만“누드모델을 정말 결혼 후에도

하고 싶은 직업으로 느끼게 된 것은 1~2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또한 사진작가의 역량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모델이 되기도

하고,촬영장에서조차 작가들에게'성적인 대상'으로 비쳐지고 있음을 느낄

때는 지금도 수치감이 생기곤 한다고. 우리나라의 경우 누드모델의 섭외는

대개 아는 이들의 소개로 이뤄지는 편. 그런 점에서 한국누드모델협회는

유일한 공식적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회원은 80여명으로 사진전문모델은

10여명.35명 정도 되는 남성회원들은 대부분 그림과 사진모델을 겸한다.

지난달부터는 PC통신인 나우누리 유료서비스를 통해 공개적인 모델섭외를

받고 있다.일단 모델들의 프로필사진과 몇몇 포즈사진을 게재하고

있는데,모델료의 경우 경력등에 따른 객관화된 등급은 없고 그때그때 작품

성격이나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지만 모든 직업이 그렇듯

누드모델에서도'철저한 프로 근성'이 성공여부를 좌우한다.

李씨는“내 몸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나의 직업이며

옷을 입고 벗는 것은 나의 자유의지에 따른 결정”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누드모델이라는'직업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河씨의 경우는 이보다 더하다.창립행사 직후 예상치 못한 격려와

문의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河씨는 협회사무실로 직접 찾아오는 누드모델

지망생들조차 상담을 통해'직업인으로서의 프로근성'이 없으면 돌려보낼

정도다. 김정수 기자

<사진설명>

교포모델 이승희씨의 누드사진집 '버터플라이' 중의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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