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어린 신부' 대만에 시집 못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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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만 정부가 올해부터 대만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무분별한 결혼을 막기 위해 '나이 제한 제도'를 도입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의 나이를 2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남녀의 나이 차를 20세 미만으로 제한했다. 너무 나이 차가 나면 당국에서 결혼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다. 또 베트남 여성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중국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대만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한 뒤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 신청 가운데 40%가 규정 위반으로 반려됐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가 결혼 규제책을 들고 나온 이유는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 급증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대만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50만 명. 이 중 베트남인은 13만 명에 이르고, 절반이 넘는 8만 명이 대만 남성과 결혼해 입국한 젊은 여인들이다. 이들은 언어와 문화 차이 등으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혼을 당한 뒤엔 매춘업계로 뛰어들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위장결혼해 입국한 뒤 매춘업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 여성도 베트남 출신이 가장 많다. 그래도 베트남 여인과 결혼하는 대만 남성은 줄지 않고 있다. 결혼을 늦추거나 기피하는 대만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20대 후반 대만 여성의 미혼율은 절반을 넘는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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