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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냉각 접어드나 - 아파트 내림세 경매시장 썰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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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동안 부풀어 있던 부동산시장이 다시 냉각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실업자가 대량 속출하고 있는데다 한보.삼미등 대기업 부도사태까지 겹쳐 부동산 투자 마인드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보였던 아파트는 물론 토지.상가.오피스텔.임대사무실등의 시세및 임대료가 하락하는가 하면 과열현상을 보였던 경매시장도 요즘 썰렁하다.부동산시장에 거품이 걷히는 징후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일부에서는 경제가 계속 곤두박질할 경우 일본처럼 부동산값 대폭락 사태가 벌어질 소지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하지만 개발여지가 많고 투자전망이 좋은 지역의 부동산은 여전히 각광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분야별 주요 부동산시장 흐름과 전망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 매기상실 아파트 4천만원 하락도

◇주택=올해초 집값상승을 주도했던 분당.일산 신도시와 서울강남 및 목동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약보합 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지역과 평형에 따라 적게는 5백만~1천만원,많게는 3천만~4천만원 내린 곳도 많다.물건이 달렸던 올해초 사정과는 달리 부동산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쌓여 있지만 찾는 사람이 뜸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위치가 좋은 곳의 32평형 호가(呼價)는 1월 중순만 해도 2억4천만~2억6천만원까지 치솟았으나 2월 들어 진정세로 돌아서 요즘 2억~2억3천만원을 유지하고 있다.48평형도 3억4천만~3억8천만원으로 1월보다 2천만~4천만원 하락했고 일산도 백송마을 32평형 시세가 1억5천만~1억6천만원으로 1월에 비해 1천만원 정도 떨어졌다.47,48평형 역시 1천5백만원 빠진 2억7천만~2억8천만원선에 매물이 나와있다.목동 2단지 35평형은 1월말 3억2천만~3억2천5백만원에서 2억9천만~3억2천만원으로 3개월새 5백만~3천만원 떨어졌고 반포주공 22평형은 2억3천만~2억4천만원으로 3월말에 비해 최고 3천만원 내렸다.올초 아파트값 상승여파로 반짝 오름세를 보였던 강남일대 대형 고급빌라 매기(買氣)도 거의 실종됐다.현재 강남 일대에는 전용 50평 이상 고급빌라 매물이 무려 1천건에 이르고 있지만 거래가 뜸해 가격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실정이다.

*** 전원주택지 공급가 30%가량 내림세 ◇토지=지난해 준농림지와 개발 가능지를 중심으로 강한 오름세를 나타냈던 토지시장은 올 들어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일부 아파트부지용을 제외하고는 매기가 거의 끊겨 한때 인기가 높았던 전원주택단지 및 준농림지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도양평군개군면공세리에 조성된 전원주택단지는 지난해말 평당 60만원에서 지금은 45만원으로 떨어졌고 경기도이천시대월면군량리 일대 전원주택단지도 20만원에서 13만원으로 급락했다.또 경기도안성군보개면상삼리 준농림지는 평당 12만원에서 8만원으로 30% 이상 떨어졌으며 강원도춘천시서면안보리의 밭도 지난해말 평당 30만원에서 18만원으로 하락했다.

투기바람이 거셌던 폐광지역도 매기가 사라지면서 땅값이 하락세로 돌아서 강원도태백시의 경우 철암동 임야는 지난해말 평당 5만원이었으나 지금은 2만원에도 살 사람이 없다.

◇상가=2~3년전부터 침체의 골로 빠져든 상가경기는 이제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전형적 투자상품인 상가가 일반경기 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대형 할인매장과 백화점 개설등으로 경쟁력을 완전히 잃고 있는 것이다.특히 상가공급이 넘치는 수도권 신도시가 심한데 분당 양지마을 입구 S상가의 경우 1층 9평짜리 점포가 93년 입점 당시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1백만원이었으나 지금은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30만원으로 추락했다.이 때문에 분당지역의 아파트상가는 10% 정도 비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일산 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선 점포는 아예 임대조차 되지 않아 주택으로 용도를 바꾸거나 놀리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 경매물건 증가세 낙찰률도 떨어져

◇경매시장=93년5월 이후 경매방식이 종전 호가제에서 입찰제로 바뀐 뒤 부동산 재테크의 꽃으로 떠올랐으나 이제는 열기가 식어 가고 있다.경기침체로 경매물건은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말 4천여건에서 지난 4월 4천6백건으로 늘었으나 경매참가인원은 오히려 줄고 있다.올 2월까지만 해도 경매가 있는 날이면 줄잡아 3백~4백명이 입찰법정을 가득 메웠으나 3월 이후 수요가 줄기 시작해 요즘 빈 자리가 많이 띈다.

이에 따라 낙찰률(최초감정가 대비 낙찰가격)도 하락하고 있다.태인컨설팅이 조사한 수도권지역 경매낙찰률 추이에 따르면 지난 1월 80.3%이던 것이 3월 76.9%,4월 76.5%등으로 떨어지고 있다.부문별로 보면 아파트가 지난 1월 93%에서 4월 88%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연립주택이 73%에서 72%,농지 및 임야가 78.5%에서 77.7%등으로 각각 낮아졌다.

*** 분양 3개월동안 절반만 팔리기도

◇오피스텔=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인기상품중 하나로 꼽혔으나 요즘 들어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공급이 너무 많은데다 경기침체로 사무실이 남아 도는 현상까지 겹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그동안 서울의 웬만한 지역은 분양개시 1개월내 60~70% 팔렸으나 근래에는 3개월이 지나도 50%를 못 채우는 곳이 많다.

올해초 분양을 시작한 서초동 K오피스텔과 역삼동 A오피스텔은 위치가 좋은데도 현재 절반 가량 남아 있고 강남역 인근의 G오피스텔도 분양을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60%정도 밖에 팔지못했다.강남권이 아닌 곳은 더 어렵다.구로.성수동 일대는 분양개시 1년이 넘었는데 절반도 못 판 오피스텔이 많고 신도시권도 분양이 순조롭지 않다.요즘 짓는 원룸주택들은 주차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물론 첨단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해 관리비가 비싼 오피스텔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더욱이 오피스텔 분양가가 평당 6백만원선이 넘는데 반해 기존 오피스텔은 4백만~5백만원선에 불과한 것도 수요자들의 투자의욕을 꺾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공급과잉도 구매력을 잃게 한다.주거기능 강화에 따라 오피스텔붐이 일기 시작했던 95년 이후 수도권에 공급된 물량만 40여개동에 줄잡아 1만여실인데다 기존 공급분 1백40여동 1만여실까지 감안하면 2만실이 넘는다.게다가 대체상품인 원룸주택도 많이 건설돼 경기가 예전같지 않다.

*** 임대료 인하해도 찾는 사람 발길'뚝'

◇임대사무실=경기불황 장기화에 따라 사무실 임대시장도 얼어붙고 있다.중심가의 기존 주요 대형빌딩의 경우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중소빌딩은 빈 사무실이 많다. 임대료도 내렸다.소형 사무실이 많은 서울 포이동의 경우 전세기준 평당 1백80만~1백90만원에서 평당 10만원 가량 떨어졌다.그래도 찾는 사람이 없어 중개업소마다 임대매물이 쌓여 있다.

포이동 민경공인중개사사무소 김진환씨는“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사무실이 없어 임대를 못했으나 요즘은 물건이 넘쳐 나고 임대료도 내렸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이같은 현상은 수요가 많은 서울강남.송파.영등포권에서도 서서히 벌어지고 있으며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영진.손용태.황성근 기자

<사진설명>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가에 돈이 돌지 않아 가격하락 현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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