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가자 … 아이들, 엄마 시신 옆에 나흘간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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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가자지구 접경에서 진군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거부한 뒤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가자지구 접경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거부한 뒤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10~11일(현지시간) 밤 사이에만 60곳 이상을 공습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11일 각료회의에서 “가자지구 전쟁의 목표가 거의 달성됐지만 하마스에 대한 공세는 당분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1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일 취임하자마자 중동 사태를 전반적으로 다룰 특별 팀을 창설할 것”이라며 “이 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끔찍한 가자지구 참상=가자지구 알쿼즈 병원 의료진 하잇탐 아드그하이르는 “쥐와 개들이 시체들을 뜯어 먹는 것을 동료가 봤다”고 10일 AP통신에 전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이스라엘군 간의 시체 처리 및 부상자 수송을 위한 협의가 지연되면서 곳곳에서 이런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ICRC 구호요원들이 가자지구 북부 제이툰 마을에 들어갔을 때 12구의 시체와 함께 4명의 아이가 엄마 시체 옆에 나흘 넘게 있었다고 AP는 전했다.

플라스틱 기관총을 든 팔레스타인 소년이 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가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부다비 AFP=연합뉴스]

가자시티에 머물고 있는 유엔 관계자는 “가자지구가 대재앙의 꼭대기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전쟁이 시작된 이래 11일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879명, 부상자는 362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3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졌다.

◆일가족 몰살 진실 공방=하마스는 10일 이스라엘의 탱크 공격으로 북부 자발리야 마을의 팔레스타인 일가족 9명이 숨졌으며 이 중에는 어린이 2명과 여성 2명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일가족 몰살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8일 유엔 구호품 수송 트럭을 공격해 운전사를 숨지게 한 적도 없다며 “누가 유엔 트럭을 공격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쟁이 보름을 넘기자 양측이 국제사회를 향한 홍보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세계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를 공격해 50명 가까운 팔레스타인 희생자가 발생한 뒤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각국의 시각이 더욱 비판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 사건 직후 “하마스가 학교 안에서 박격포를 쏴 응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엔이 “학교 안에는 민간인 뿐이었다”고 반박하자 11일 “하마스를 향해 발사한 세 발 중 한 발이 빗나가 학교 근처에 떨어졌다”고 말을 바꿨다.

◆중국 중동 특사 파견=중국 외교부 천강(陳剛) 대변인은 10일 “중국 정부는 조만간 쑨비간(孫必幹) 특사를 이집트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동 특사 파견은 중국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전 세계에 천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내정 불간섭을 강조해온 외교 원칙에 따라 중국은 그동안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면서도 사태 추이를 관망해 왔다.

 강병철 기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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