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상대평가' 고1 첫 중간고사 문제 분석해 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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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상대평가가 처음 도입된 고등학교 1학년의 첫 중간고사는 예상했던 대로 예전에 비해 어려워졌다.

서울시내 대부분의 고교에서 중간고사가 시작된 28일 10개 고교의 1학년 중간고사 문제를 지난해 1학기 중간고사 기출문제와 비교한 결과다. 특히 대부분의 고교에서 서술형 문항이 많아졌고, 객관식 문제는 소수점으로 배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달라졌다=이번 중간고사에서는 이전 시험에선 보지 못한 유형의 문제가 많이 나왔다.

E여고 국어시험에는 서술형 문제가 등장했다. 전체 33문제 중 주관식 문제가 6개나 됐다. 특히 주관식 문제 중 하나는 배점이 10점(100점 만점)이나 됐고,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내용이어서 까다로웠다. 수학도 서술형 문제가 출제됐다. J여고 수학시험에는 증명문제가 나왔다. 이전 수학 주관식이 간단한 단답형 위주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H고의 영어시험엔 어법 문제가 늘어났다. 어법은 정확성을 따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영어 문제 유형이다. 또 이전에는 '윗글의 주제는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객관식으로 출제됐지만, 이번에는 주관식으로 찾아 쓰도록 했다.

G고의 국사시험엔 일반 참고서에서는 볼 수 없는 생소한 문제가 많았다. 지난해 기출문제처럼 보자마자 답을 쓸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었다. 일부 서술형 문제는 역사의식이 서 있어야 쓸 수 있는 문제여서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객관식 문항의 배점도 다양해졌다. J고 과학시험은 3.1점, 3.2점, 3.3점 등 10가지 이상으로 배점을 세분화했다. 문항 수도 지난해 32문제에서 올해는 37문제로 늘어났다.

?당황한 학생들=국어시험을 본 E여고의 한 학생은 "서술형은 교과서 밖에서 출제됐고, 객관식도 답을 여러 개 골라야 하거나 한자성어 문제가 많았다"며 "전체적으로 문제가 생소하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S고 학생도 "문제 수가 전보다 늘어난 데다 어려운 문제도 많아 시험시간이 부족했다는 친구도 있었다"고 밝혔다. C고의 한 학생은 "수학시험이 너무 어려웠다"며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을 망쳤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고교 측은 변별력을 높이고, 동점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난이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C고 관계자는 "출제를 위해 매우 고민했다"며 "평균을 70~75점 수준에 맞추기 위해 문제 중 절반 정도는 일부러 어렵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K고의 한 교사도 "동점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게 관건"이라며 "시험문제는 전보다 까다롭게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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