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韓流스타는 수출 선봉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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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마, 용사마(배용준을 가리키는 일본어)…."

최근 서울 남대문시장. 배용준의 사진이 붙어 있는 한 매장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이 매장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배용준이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썼던 '폴 스미스'안경은 3년 전 제품인데도 구입하는 관광객이 많아 품절 상태를 빚고 있다"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홍콩의 '라네즈'매장. 점원들이 손님들에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매장 곳곳엔 한국어 표기가 눈에 띈다. 라네즈 김봉환 국제사업팀장은 "처음엔 한국 브랜드라는 것을 숨겼지만 최근엔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며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이곳에서 히트하면서 한국 여성들은 모두 미인이라는 인식이 생겨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가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 제품들도 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현지인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음반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게 되면서 한국 상품을 팔기가 훨씬 쉬워진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문화 수출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는 장기적이고 전방위적"이라며 "한류의 경우에도 해당 국가 청소년들이 한국에 대한 친밀감을 느끼고 한국 문화와 상품을 친숙하게 여기게 만듦으로써 제품 수출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수출의 덕을 가장 크게 보는 분야로 의류와 화장품을 꼽을 수 있다. 의류 브랜드 '더 베이직 하우스'는 오는 하반기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지난 4월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패션박람회에서 태평양백화점 등 중국 내 28개 회사로부터 입점 요청이 몰렸기 때문이다.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와 드봉 등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인기가 높다. 이 덕에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1억달러를 넘었다.

패션정보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 김해련 대표는 "드라마.영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 제품은 질좋은 고급상품이라는 인식이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한류 스타는 중국 시장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 초 모니터 제품의 광고 모델로 당시 중국 내에서 방영되던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의 주인공 안재욱을 활용했으며, 그 뒤 1999년 43만대이던 판매량이 2000년엔 107만대로 뛰었다. 2001년에는 댄스그룹 핑클이 중국 내에서 '옙'콘서트를 통해 'MP3 옙'의 판매량을 2000년 8만대에서 2001년에는 20만대로 두배 이상으로 늘렸다. LG생활건강의 드봉도 베트남 시장 진입시 드라마 '모델'을 먼저 방영한 후 주인공 김남주를 브랜드 모델로 사용해 인지도를 높였다.

관광업계도 마찬가지다. 서울.경주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한국 관광지가 드라마 촬영지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춘천(겨울연가), 에버랜드(내사랑 팥쥐), 남제주 섭지코지(올인), 롯데월드(천국의 계단) 등은 새롭게 각광받는 관광명소가 됐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해외 수출 문화상품의 규모는 지난해 7억298만달러 수준.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문화의 인기가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크다고 진단했다.

문화관광부 장사성 사무관은 "미국 켈로그가 해외진출 전에 해당 국가 어린이들의 식생활 문화 캠페인을 벌이거나 와인 수출을 앞두고 해당 국가에 와인 관련 문화를 먼저 알리는 것처럼 문화 수출은 제품 수출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 같은 문화수출을 일시적 유행 아닌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육성,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민.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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