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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음악의 아버지' 탄생 200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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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하일 글린카(1804~57)하면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의 작곡자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가 첫 러시아 민족 오페라인 '차르를 위한 목숨'을 작곡한 러시아 민족음악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이 러시아 현지와 국내에서 풍성하다. 우선 상트 페트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은 1836년 개관 당시 초연했던 '차르를 위한 목숨'을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새 버전으로 네 차례 선보인다. 음악감독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봉을 잡고 드미트리 체르니아코프가 연출을 맡았다.

'차르를 위한 목숨'은 로마노프 왕조의 창시자인 미하일 로마노프의 생명을 구해준 농부 이반 수자닌의 얘기다. 1605~13년 폴란드의 러시아 침공 당시 그는 로마노프를 구출하고 장렬히 전사했다. 원제는 '이반 수자닌'이었으나 초연 직후 황제의 명령으로 '차르를 위한 목숨'으로 바뀌었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에도 계속 상연되었으나 로마노프 대신 빨치산 지도자 쿠즈마 미닌이 등장했고 제목도 '이반 수자닌'으로 되돌아갔다. 지금껏 '검열 버전'으로 상연돼오던 작품이 이번에'복권(復權)'된 것이다.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도 지난 4월 23일 '루슬란과 루드밀라'를 새 버전으로 상연했다. 베를린 국립도서관과 모스크바 음악원 등에서 최근 발견한 수정본 악보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초연 당시에 사용됐던 관악기와 하프.피아노도 따로 구입했다.

국내에선 프라임 필하모닉이 20일 경기도 군포의 군포문예회관,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글린카 특집 무대를 꾸민다. 러시아 지휘자 블라디미르 릴로프를 초청해 '카마린스카야 환상곡''환상적 왈츠''스페인 서곡 제2번-마드리드의 여름밤' '차르를 위한 목숨 발췌곡'등 잘 알려지지 않은 글린카의 관현악곡을 국내 초연한다. 031-392-6422.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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