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고생門 쉽고 편한 군대 찾는 요즘 세태 청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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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학 2년생 정수의 마음은 군대문제에 잔뜩 쏠려 있다.정수가 재수하는 사이 먼저 대학간 친구들은 1학년 마치고 바로 입대,요즘 하나둘 까까머리로 휴가를 나온다.그중엔 말년휴가라고,제대가 얼마 안남은 녀석까지 있으니 정수는 어느 세월에 군대 갔다 올까 싶어 싱숭생숭하다.

재수때 받은 징병검사에서 3급 판정을 받은 까닭에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교통단속하는 공익근무요원(4급.현역 아닌 보충역.28개월)은 이미 틀렸고.복무기간의 반은 군대에서,반은 집에서 출퇴근한다는 상근예비역(현역.올해부터 28개월에서 26개월로 단축하면서 지원제도 폐지)은 인기가 시들한 것같아 징병검사때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26개월짜리 현역으로 가긴 가더라도 육군 전투병,속칭 주특기 일빵빵은 피하고 싶은게 군대가야 하는 남자라면 누구나 가져보는 마음이 아닐까.뭘 모르는 누나는 영어도 배울 겸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는 카투사(KATUSA.현재는 육군어학병으로 분류해 선발,성적우수자 일부는 한국군에서 어학병으로 복무)는 어떠냔다.

커트라인이 토익 8백점은 될까.일류대생들도 곧잘 떨어진다는데 그 틈에 끼라니,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이공계 대학원생인 사촌형은 기업연구소 같은데 취직해 5년 의무근무의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하면 병역대체가 된다는데,정수는 전공부터 문과니

그건 영 가망이 없어 보인다.하기야 문과계 대학생들도 컴퓨터는 그리 낯설지

않으니까 정보처리사 자격증 같은 걸 따서 관련업체에서 3년 걸리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기도 한다더라.참,내년부터는 그것도 대졸이상

고학력이면 가기 힘들어진다지.아예 병(兵)대신 대학 마치고 장교로

갈까.현역복무가 짧기로는 ROTC(학군사관.대학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2년)가 최고지만 제복입고 학교다니기는 좀 그렇고,2학년 초에 신청해야

하니까 이미 늦었다.학사장교(사관후보생.3년)로 공군에 가는 건

어떨까.월급도 일반기업 초봉수준이라는데.하지만 기간이 너무

길다.과(科)동기 한 녀석은 간호학원 다녀서 위생병으로 가는게 어떠냐고

꼬드긴다.모병안내서에 나온'전투병에 비하여 상급부대/후방지역 보직!'이란

홍보성 안내 문구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잔머리 굴리기는.군병력의 80%는 다 전투병이야.나머지 20%에 끼겠다고

기를 쓰는게 너뿐이냐? 신체검사 1등급 안돼? 하사관으로 4년짜리 특전대

가서 말뚝 박지 그래.”조카 인생에 별 관심없어 보이는 삼촌이 툭

던진다.그러는 삼촌은 80년대 초반에 6개월짜리,지금은 없어진 석사장교

가려고 공부 욕심도 없이 대학원에 갔으면서.기왕 3대독자로 태어날 걸,2년만

먼저 나왔으면 방위라도 가는 건데.'사람의 아들'정수는'보통사람'일 뿐인

아버지를 애꿎게 한번 쳐다본다. 이후남 기자

<사진설명>

KBS드라마'논산훈련소'.오른쪽은 징병 신체검사를 받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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