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평습지에 때아닌 흑두루미 출현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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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가 때 아니게 해평습지에 나타나 그 이유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새끼 3마리와 어미 2마리 등 흑두루미 5마리(사진)가 해평면과 선산·고아읍 일대 낙동강 해평습지의 모래톱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 흑두루미는 해평습지에서 월동하는 재두루미와 어울려 먹이를 찾거나 거닐고 있다.


흑두루미가 1월에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다. 흑두루미는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 등지서 월동을 위해 남하하다 매년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 사이 해평습지에서 하루 이틀 쉬면서 기력을 보충한 뒤 일본 이즈미시 논 등지로 이동한다. 일본에서 월동한 흑두루미는 이듬해 2월 말부터 3월 초에 다시 러시아로 이동하다 해평습지를 찾곤 한다. 지난해 해평습지를 찾았던 흑두루미 2600여 마리는 현재 일본 이즈미에 머물고 있다. 구미시 산림경영과 신동석 담당은 “새끼가 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러시아에서 뒤늦게 남하했거나 최근 날씨가 따뜻해 일본서 일찌감치 러시아로 회귀하려던 흑두루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흑두루미가 7일로 사흘째 머물고 있어 혹시 해평습지에서 월동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흑두루미가 해평습지에서 일주일 이상 머물 경우 이를 ‘월동’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루미 전문가인 이기섭(48·한국두루미네트워크 대표) 박사는 “남하하던 무리를 놓친 뒤 강원도 철원에 머물던 흑두루미 5마리가 날씨가 추워지자 다시 남쪽으로 날아온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두루미는 원래 월동하는 지역을 잘 바꾸지 않지만 한번 월동 자리를 바꾸면 다시 전 월동지에는 가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먹이 등이 풍부하면 흑두루미가 해평습지에서 월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이에 따라 볍씨를 먹이로 공급하고 감시원을 배치하는 등 흑두루미 보호에 나섰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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