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 10분 일찍 출근 커피타임 없애 - 부서회식 줄여 업소선 울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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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근로자들이 달라지고 있다.경제 불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70년대처럼 다시 뛰는 분위기가 생산현장에서 서서히 되살아나는 기미다.

예년 이맘때쯤 임.단협을 둘러싸고 어수선하던 많은 사업장들이 올해는 조용하다.작업량이 늘어나고 불량률은 줄어 생산성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추세다.

울산 현대중공업은 지난해까지 근로자들이 작업시작 10분전까지 출근,체조를 하고 8시 정각 작업장에 들어갔다.그러나 올들어 작업시간 30분전에 출근,체조를 한뒤 10분전까지 작업장에 들어가 대기하다 정시에 작업에 나선다.점심시간과 휴식시간 때도 10분전에는 현장에 들어가 기다린다.

회사측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월차 휴가때 쉬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생산직 근로자들은 수입 감소를 우려,오히려 이를 꺼리는 편이다.이 회사 총무부 박동철(朴東喆)차장은“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루 2시간의 잔업을 거의 하지 않는데도 생산성은 오히려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금동결이나 무교섭 선언을 통해 근로자들 스스로 회사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4월말까지 1백44개업체가 노사합의로 올해 임금을 동결키로 했으며 1백21개 업체는 임금 무교섭 선언을 해놓은 상태다.

노동부 관계자는“임금을 동결키로 한 사업장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7개 업체보다 두배이상 된다”며“나머지 사업장에서도 원만한 임금협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구 성서공단의 유림섬유는 1백70명이던 사원이 올들어 1백50명으로 줄었다.그러나 사원들이 작업에 전념해 생산성은 오히려 10% 높아졌다.회사 관계자는“안팎으로 어려운 실정이지만 오히려 불량률이 감소하는등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절약 노력도 대단하다.창원 삼성중공업 제2공장은 3월부터 원가절감운동인'내가 먼저'캠페인을 벌여 전기.수도.전화료등을 10%이상 아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무직 근로자들은 하루 한잔 이상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커피 마시는 시간을 줄여 업무를 보기 위해서다.이 회사 홍보2팀은 사무실내 24개의 형광등중 12개만 켠채 일하고 있다.점심시간엔 아예 전등을 꺼버린다.매월 가졌던 회식도 반으로 줄였고 회식하더라도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노래방등을 가지 않고 1차로 간단히 끝낸다.

창원공단내 LG전자 1,2공장은 지난해말 1%수준이던 지각률이 요즘은 거의 제로상태다.특별한 사정이 있는 한두명을 빼곤 지각하는 근로자가 거의 없다.근로자들의 소비가 줄어드는등 거품도 많이 빠지고 있다.울산 현대자동차앞 술집과 음식점들은 근로자들이 잔업을 않고 오후5시 퇴근하면서 곧장 귀가하는 바람에“장사가 잘 안된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전국부=김상진.홍권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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