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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무원 의자만 늘리는 실업대책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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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연설을 통해 “올해 경제 운영에서 ‘일자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국은행마저 취업자 증가가 4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할 만큼 혹독한 실업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를 최우선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앞으로 실업대책 예산이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악의 사회 재앙인 실업대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선 걱정이 남아 있다. 실업예산이 실업자 구제보다 공무원의 잇속만 채웠던 실패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분당에는 노동부의 ‘잡월드’ 공사가 한창이다. 다양한 직업을 사전에 체험해 보기 위한 직업 전시관이다. 여기에는 무려 2191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원래의 소박한 목적과는 너무 거리가 먼 큰돈이다. 이 자금이 실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고용보험기금에서 전용된 것도 문제다. 전국 각지의 고용지원센터들도 마찬가지다. 금싸라기 땅에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절박한 실업자의 형편과는 동떨어져 있다. 겉도는 실업대책은 이뿐만 아니다. 사회적 일자리의 경우 8개의 정부 부처가 34개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고용지원센터에선 9억원이 넘는 직업능력개발 훈련비용을 빼내 자신의 아파트를 구입한 직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아무리 실업예산을 퍼부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더 많은 예산을 타내 전시성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공무원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노동부의 자세도 변해야 한다. 기존의 노사관계 위주에서, 이제는 일자리 확보와 고용 안정을 위해 봉사하는 부서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실업대책 예산은 우리 사회가 염출한, 그야말로 피와 눈물이 밴 돈이다.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회적 약자와 그 가족의 생존을 위한 절실한 자금이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실업대책 예산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철저한 관리감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실업예산은 실업 예방을 위해 정교하게 투입돼야 한다. 공무원 의자나 늘리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