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부실 부담 작다” 은행주 산뜻한 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은행주가 5일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새해 첫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씨티그룹과 AIG, BOA 등 금융주들이 급등한 데 이은 것이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우리금융지주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KB금융도 14.45% 올라 상한가에 육박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이 10% 넘게 상승했고, 신한지주는 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4% 오른 데 비해 압도적인 상승폭이다.

은행주가 급등한 데는 몇 가지 호재가 작용했다. 우선 조선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구조조정 의지가 큰 호재였다. 그동안 이들 업종 탓에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이젠 그런 걱정이 줄어들었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한 것이다. 이창욱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과 건설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은행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추가적인 불안 요인을 없앤다는 점에서 은행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법원의 키코(KIKO) 효력정지 결정이 은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주가 상승을 거들었다. 지난 2일 증시에서는 법원의 결정이 은행 실적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일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었다. 조병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키코 소송은 사례별로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돼 무조건 은행에 불리하다고 볼 수 없으며, 지난해 12월 18일 신한은행의 사례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업의 주장이 기각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다 기업들이 돈줄을 쥐고 있는 주거래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쉽사리 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을 덧붙였다.

지난해 말 이후 외국인들이 은행주를 지속적으로 사들인 점도 호재였다. 지난해 마지막 주인 12월 22일부터 올 1월 5일까지 외국인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은행주만 99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의 코스피시장 전체 순매수 금액의 22.6%에 해당한다.

은행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일회성 이익 증가 덕에 당초 예상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캠코가 부실채권 정리기금에서 5000억원의 이익 잉여금을,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예치금에 대한 이자 3600억원을 은행에 전달했다”며 “이 덕에 4분기 실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승세 지속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실물경제 회복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이 애널리스트는 “실물경제가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어 은행주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힘들 것 같다”며 “은행주는 한 차례 더 바닥을 확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주가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증권 김 애널리스트도 “올 상반기까지는 실물경제 악화로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수 있다”며 “주가 상승세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