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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침묵…결단은 명쾌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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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어두운 범죄조직 마피아. 불법과 잔혹함만 있을 것 같은 조직을 지배하는 대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용기로 조직을 관리한다는 점이다. 범죄조직이라는 점을 빼면 비즈니스 리더들이 배울 게 많다. 특히 요즘 같은 위기의 시대에 CEO에게는 대부 같은 결단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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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권력자인 마피아는 카리스마와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관리와 계발에 힘쓴다. 사진은 영화 ‘대부’의 한 장면.

온·오프라인에서 마피아 게임이 인기다. 오프라인 마피아 게임을 경험한 한 남성은 인터넷에 올린 소감에서 “10여 명이 모여 그 안에 숨어 있는 서너 명의 적(마피아)을 찾아내는 추리게임이 시작되고 수색이 벌어지자 한동안 사람들은 정해진 리더가 없어 우왕좌왕 움직였다.

[마피아 대부의 리더십] 뚜렷한 명분과 철저한 자기관리 … CEO들도 배울 점 많아

나는 그런 분위기를 수습하고 토론을 시작하고 의견을 모으면서 어느새 리더를 대신해 게임을 주도하게 됐다. 사람들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내게 점점 의지했고 중요한 판단을 내게 맡기거나 보호자로 여겼다. 놀라운 건 누가 적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나를 의심하지 않고 따른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리더의 권력까지 내게 넘겼다는 뜻이다. 게임에 참여하면서 리더의 권력이 형성되는 과정, 리더십과 결단력이 왜 모두에게 필요한지 절감했다”고 밝혔다. 영화 ‘대부’(72년 작품,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긴 게임은 2년 전 출시됐으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게임은 새로운 미션에 따라 진행되는 액션 어드벤처,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대부로 성장시키는 롤 플레잉 게임, 접수한 뉴욕시의 물가를 조정하고 마피아를 관리하는 전략적인 요소 등 모든 장르가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리더십 관련 워크숍과 세미나에서 이용되기도 한다.

포브스코리아는 지난해 ‘CEO에게 추천하는 영화 10선’에서 ‘쉰들러리스트’ ‘7인의 사무라이’와 함께 ‘대부’를 소개했다. 그 이유는 시칠리아 마피아 대부를 둘러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가 비록 범죄조직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에서 대부 콜레오네(말런 브랜도)가 보여주는 용기와 결단력, 비전과 리더십, 타협과 협동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1999년 ‘20세기 비즈니스 리더 20’인을 선정, 발표하면서 빌 게이츠와 나란히 1900년대 중반 미국을 주름잡았던 마피아 대부 찰스 루치아노(일명 러키 루치아노)의 이름을 올렸다. 선정된 리더 20인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초일류 조직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LG경제연구원 김범열 연구위원의 ‘비즈니스 리더십의 키워드’ 보고서에 따르면 찰스 루치아노가 이끌던 조직은 이탈리아계를 중심으로 폐쇄적인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이탈리아계 마피아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까지 포함한 전 미국 규모의 범죄 신디케이트(Syndicate·기업조합)를 조직했다.

그 후 각 그룹의 우두머리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했는데 과거 보스에 의해 움직이던 마피아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현대화된 조직으로 변모시켰다. 이로써 보스의 체포나 사망 등 조직에 문제가 발생해도 별 탈 없이 계속 가동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피아 대부와 리더십. 이 어색한 조합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방태섭 수석연구원은 “폭력조직이나 범죄행위를 미화하려는 게 아니라 범죄조직 우두머리라는 점을 배제한다면 마피아 대부가 가진 리더십이야말로 지금 같은 금융위기, 경제위기 상황에서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피아 대부만큼 터프하고 절대적인 카리스마는 어느 시대, 어느 상황을 막론하고 CEO에게 있어야 한다고 본다. 창의적인 빌 게이츠 같은 사람도 필요하지만 마피아 대부 같은 리더십도 중요하다. 솔직함과 결단력, 행동력 등 인간 본연의 모습 속에서 용기와 담대함을 끌어내 어려움을 뚫고 나가고 강력한 팀스피리트(단체정신)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CEO에겐 절대적 카리스마 필요

마피아 대부 리더십

■ 무거운 침묵
■ 철저한 자기관리
■ 뚜렷한 명분
■ 빠른 판단력과 실천력
■ 강력한 카리스마
■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협상력

2007년 11월 5일, 이탈리아의 모든 일간지 헤드라인이 한 인물에 대한 특종으로 장식됐다. 1993년 종신형을 선고 받은 상태에서 도주 중이던 이탈리아 마피아 대부 살바토레 로 피콜로가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 조직 회의 도중 체포됐던 것. 그의 체포로 그동안 철저히 감춰졌던 조직의 속내가 일부 드러났다.

당시 피콜로의 소지품에서 나온 ‘명예로운 남성’ 제목의 행동강령은 마피아의 조직관리, 자기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를 엿보게 한다. ‘마피아 10계명’으로 불리는 행동강령 중에는 술집과 클럽에 드나들지 말고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며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항상 진실하라는, 왠지 마피아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항이 많다.

행동강령과 더불어 마피아 대부는 조직원의 절대적인 충성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잔인하고 냉혹한 범죄조직의 우두머리인 대부에 대해 왜 조직원들은 꼼짝 못하고, 대부는 어떻게 조직원의 마음을 사로잡아 충성을 이끌어내는 것일까? 유통업체를 경영하는 이승훈(남·42)씨는 “영화를 보면 냉혹한 마피아 세계에서 패밀리의 생존을 위해 결단을 감행하는 돈 콜레오네와 아들 마이클의 2대에 걸친 삶이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 속의 경영자들 모습과 비슷하다.

범죄를 빼고 보면 목표 성취를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고 가족과 조직원을 감싸는 대부 콜레오네, 또 그의 끊임없는 도전과 용기 그런 것들이 회사 대표이자 리더로서 배울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CEO 회원 대상 동영상 강좌 ‘어두운 조직, 마피아의 비밀’에서 대부의 리더십에 대해 강의했던 방태섭 수석연구원은 마피아 대부가 조직원을 사로잡는 비결로 ▶침묵의 힘 ▶뚜렷한 명분 ▶철저한 자기관리를 꼽았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마피아 행동강령에서도 일부 엿볼 수 있지만 대부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자기관리와 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2008년 1월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마피아 주세페와 필리포 그라비아노 형제가 수학과 경제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피에트로 아글리에리는 수감 중 신학부를 졸업했다. 이들 외에도 수감 중 사회학과 법학을 전공한 대부들도 있다. 이탈리아 교정당국은 대부들의 수감 중 학위 취득에 대해 학문적 성취 외에도 부하 조직원들을 확실하게 장악하기 위해 지적 우월함을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추측했다.

영화 ‘대부’에서 돈 콜레오네는 아들에게 “가족 외에 누구에게도 네가 뭘 생각하는지 알리지 마라” “야망이 큰 남자라면 절대 속내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마피아 대부에게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마피아 세계에는 ‘오메르타(Omerta)’라는 철칙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조직의 비밀을 발설해선 안 된다는 그들만의 묵계다. 평소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마피아 보스가 얼굴을 드러낼 때는 바로 이 오메르타가 깨졌을 때다. 누군가 입을 잘못 놀려 조직의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가면 당사자는 돌이키기 힘든 벌을 받게 된다. 방 수석연구원은 “모든 일에 사사건건 잘잘못을 따지는 리더, 호불호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리더의 모습은 보기에도 좋지 않고 별로 두렵지 않다.

조직원들에게 가장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리더는 아무 말도 없는 리더다. 왜냐하면 그 의중을 알 수 없고 깊이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의 묵묵함과 단 한 번의 큰 호통이 대부의 카리스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실 리더에게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침묵이다. 침묵은 고독을 요구하기 때문인데 이 고독을 잘 다스리고 연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마피아 대부는 어둡고 무시무시한 일, 때로 아주 위험한 일들을 스스럼없이 주도하는 인물이다. 그 때문에 그의 말과 행동에는 그들 나름의 뚜렷한 명분이 있다. 어떤 일에 대해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그 일을 이뤄내야 하는 사명감이 분명하고 바로 이 명분을 조직원들에게 강력하게 심어준다.

일반 비즈니스에서도 일의 성취를 위해 여러 가지 어려움과 역경에 부닥칠 때가 있다. 경우에 따라 법에 저촉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럴 때 CEO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때 뚜렷한 명분은 조직 전체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전진하게 하는 힘이 된다.

이익 공유해 조직원 충성 끌어내야

대부는 명분뿐만 아니라 보상에도 확실하다. 몇 년 전 전직 뉴욕경찰이 재직 당시 마피아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살인까지 저지른 사실이 밝혀져 미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들은 매달 대부로부터 4000달러를 받았고 다른 조직 대부를 살해한 공로(?)로 6만5000달러를 받기도 했다.

맡은 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은 조직과 보스에 대한 충성심과 일에 대한 열정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마피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생존력이 강한 조직으로 꼽힌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은 마피아의 특징 중 하나다. 미국은 1965년 강력한 마약통제법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비록 잠깐이지만 마피아는 발 빠르게 마약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마피아 대부는 정치권 등 국가 지도층과 은밀하고 광범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에게 보호나 경호, 해결사, 자금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신과 조직의 안전, 사업상 도움을 받는다. 대부가 구축한 끈끈한 네트워크는 설사 정부라 해도 함부로 그를 건드릴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보호막이 된다.

광범하고 탄탄한 네트워크 구축은 비즈니스 세계의 CEO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마피아 대부는 불법과 합법에 상관없이 돈 되는 사업을 포착하는 데 동물적 감각을 지니고 있다. 1900년 시칠리아에서 뉴욕으로 건너간 대부 비토 카시오 페로는 미국의 이탈리아 이민사회에 제일 처음 ‘피조(보호세)’ 갈취 사업을 소개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대부의 원작소설에는 뉴욕시의 고속도로를 개·보수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마피아 대부의 얘기가 나온다. 대부는 이뿐 아니라 고속도로를 망가뜨리는 주범인 대형 화물트럭도 여러 대를 굴리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글을 썼던 저자 마리오 푸조는 이를 두고 “비즈니스가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천재적인 구조”라고 평했다.

‘대부3’에서 돈 콜레오네의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침내 조직을 이끄는 대부가 되는데 그는 조카 빈센트(엔디 가르시아)에게 “절대 네 적을 미워하지 마라. 그건 너의 판단력을 흐린다”고 충고한다. 마피아 대부는 적과의 협상과 협력에도 탁월함을 드러낸다.

매니지먼트 컨설팅사 위즈덤21 보고서 ‘CEO와 직원들을 위한 영화의 명대사’에 따르면 돈 콜레오네의 “그가 절대로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할거야”라는 말이 명대사로 꼽혔다. 이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협상의 말인 동시에 자신의 이익은 최고로 하면서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고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평했다. 마피아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을 구축했고 그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이 대부다. ‘마피아 대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강력한 카리스마다. 카리스마의 사전적 의미는 ‘추종자들이 지도자가 갖고 있다고 믿는 경외적인 속성이나 마력적인 힘’을 말한다.

대부는 바로 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원의 절대 복종과 충성심, 존경을 받는다. 물론 대부의 카리스마 이면에는 조직원들의 공포심이 내재돼 있다. 그러나 충성심은 조직원 자신의 이익과 조직의 이익, 대부의 이익을 동일시 할 때 얻어진다. 또 대부는 외부인이 조직원에게 이의를 제기할 때 일단 조직원의 편에 선다.

이익 공유와 자신에 대한 지지는 조직원의 충성심을 더욱 크게 한다. 방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범죄조직인 마피아에게 뭐 배울 게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없는 교훈이 있는 것 같다. 그 어떤 조직보다 다루기 어려울 법한 것이 마피아다. 마피아 대부는 몇 가지 특징적 리더십으로 특수조직을 사로잡았다. 이 점만큼은 우리 비즈니스에서도 참고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또 리더들이 야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칠면서 앞으로 팍팍 치고 나가는 야성의 힘이 필요하다. 주위에서 유능한 직원들이 떠받들어주는 상황에서 항해하는 것, 다시 말해 온실 경영이 아닌 야성이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CEO에게 절실히 필요한 리더십이 될 수 있다. 마피아 대부는 어려운 상황에서 죽음도 무릅쓴다.”

마피아 10계명

1. 동료에게 자신을 직접 소개하지 말고 제3자를 통해서 하라
2. 동료의 아내를 넘보지 마라
3. 경찰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4. 술집이나 클럽에 가지 마라
5. 아내가 임신 중이라도 조직의 부름에 언제든 응해야 한다
6. 약속을 절대 어기지 마라
7. 아내에게 존경심을 갖고 대하라
8. 질문에는 사실과 진실로 답하라
9. 다른 조직의 돈을 빼앗지 마라
10. 경찰 내에 친척이 있거나, 가족 내에 배반자가 있거나, 도덕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단원(조직원)이 될 수 없다

용어설명

마피아(Mafia)는… 시칠리아 말로 ‘아름다움’을 뜻하는 마피아. 중세시대 수세기 동안 시칠리아가 무법상태에 있을 때 강도로부터 토지를 보호하기 위해 부재지주들이 만든 소규모 사병조직 ‘마피에(mafie)’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진다. 오늘날 이탈리아에서 마피아의 1년 매출은 자그마치 1300억 달러(2006년 기준)다.

우리 돈으로 130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이탈리아 한 해 GNP의 7%를 차지하고 자동차회사 피아트의 매출보다 2배가 많은 액수다. 월 이자가 10%에 달하는 마피아의 고리대금 때문에 2004~2006년까지 앞으로 3년 동안 파산한 기업이 16만5000개, 호텔은 5만 개에 달한다.

박은경 객원기자·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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