輪禍로 뇌사 9세 소년의 폐.심장 동시에 이식해 죽어가던 소녀 살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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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무면허 과속차량에 짓밟힌 소년의 꿈이 선천성심장병으로 사경을 헤매던 소녀의 생명으로 부활했다.

과학자를 꿈꾸던 안산시 매화초등학교 3학년 김민수(9)군이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것은 13일 오후4시 집에서 불과 1백여 떨어진 안산시 한대역앞 삼거리. 할머니가 보는 앞에서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던 金군을 바퀴자국이 20여나 남을 정도로 과속하던 무면허 세피아 차량이 덮쳤다.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온 부친 김학주(44.안산시이동)씨는 인공호흡기로도 연명이 어렵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어야 했다.태어나자마자 부인과 이혼해 말기 간경변의 몸으로 홀로 애지중지 키워온 귀여운 2대독자 민수가 소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같은 시각 태어날때부터 선천성복잡성심장기형이란 질환으로 한번도 제발로 걸어서 학교에 가본 적이 없는 이상이(11.서울강서구등촌동)양이 호흡곤란과 심부전등 증세악화로 애타게 기증장기를 찾고 있었다.

심장기형으로 폐까지 치명적 손상을 입은 李양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심장과 폐를 동시에 이식받는 것뿐.그러나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한번도 시도되지 못한 고난도수술인데다 마땅한 기증자도 없어 자포자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런 李양 앞에 19일 오후 기적과도 같이 기증자가 나타났다.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김학주씨가 며칠 밤을 새워 고민한 끝에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한 것. 20일 중앙길병원 흉부외과 박국양박사팀에 의해 실시된 8시간30분에 걸친 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金군의 심장과 좌우폐를 물려받은 李양은 현재 말도 하고 밥도 먹을 정도. 임대아파트에 살고있는 李양의 어머니 박미순(38)씨는“金군이 못이룬 과학자의 꿈을 대신 이루게 하겠다”며 고마워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사진설명>

심장.폐 동시 이식수술을 받은 이상이양. 〈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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