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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모임 “희망을 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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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의 수다가 떠들썩하다. 그녀들의 수다는 육아와 교육을 비롯해 각종 생활정보의 보고이기도 하다. 때론, 지역문제에 대한 성토와 개선안이 오가기도 한다. 그야말로 민심의 거울이다. 수다의 진원지는 인터넷 까페 ‘일산 아지매’ 모임. 고양 지역에서 가장 많은 회원이 모여 왕성히 활동하는 아지매 사이트의 수다에 귀 기울여봤다.

정회원 6500여명 1만여명 이상 접속
일산 서구 가좌동에 거주하는 김승희(34·여)씨. 아무 연고가 없는 일산에 이사온 후, 지역정보가 필요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이곳저곳 알아봤지만 문제는 정보의 신뢰도.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믿을 수 있는 정보가 필요했던 김씨는 우연히‘일산 아지매’를 접하게 됐다. 현재는 부운영자로 활동할 만큼 골수 회원이 됐다. 주부라는 공감대와 실생활에서 오가는 정보가 매우 유익해 이 모임에 푹 빠지게 됐다.

일산 아지매엔 현재 6500여 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정보를 얻고 있는 비회원 주부들까지 감안하면, 1만명 이상이 모이는 주부 최대 아지트다. 까페를 개설한 운영자는 이명아(34·일산서구 주엽동)씨. 첫 아이 지윤이를 낳고 육아정보가 필요해 주부 모임 인터넷 까페를 2006년 개설했다. 까페가 생긴 후 조금씩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지더니 최근에는 월평균 400여 명의 주부들이 회원으로 가입할 정도로 급속히 규모가 커지고 있다.
거주민 상당수가 젊은 세대들이고,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주민들이 많은 고양시 지역 특성이 까페 모임 활성화에 원동력이 됐다. 주부라는 공통분모 속에 지역정보에 대한 필요성,육아 고민의 공감대, 여기에 수다를 통한 인간관계 형성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다.
회원들은 ‘유치원은 어디가 좋은지’‘일산지역 맛집은 어디인지’ 등 생활정보에서부터 최근 고양시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전철 도입 문제와 환경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다. 모임의 규모가 커지면서 ‘영어 스터디’ ‘도서관 책 읽어주기’ ‘야유회 모임’등의 9개 소모임이 활동하고 있다. 각자의 전공을 살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이른바
‘품앗이 모임’이 활성화 되고 있는 것. 모임이 활성화되자 회원들이 외부에서 만나는 오프모임도 잦아졌다. 정기모임에는 100여 명의 회원이 몰려 장소 섭외에 진땀을 빼야 한다. 운영자 이씨는 “이제 인터넷 모임은 정보의 집합체인 수다방에서 끈끈한 외부 인간관계까지 이어주는 매개체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부들의 관심과 시선이 까페에 몰리자 지역 각 업체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치과를 비롯해 미용실 2곳, 베이비 스튜디오, 메이크업 스튜디오, 키즈까페 등 공식 후원 업체가 생겨나 정기모임과 소모임에 협찬하고 있다. 여기에 비정기적으로 계절 이벤트 등이 기업체로부터 제공되고 있어 다양한 형태의 혜택이 회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운영진은 기업들의 협찬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되도록 많은 혜택이 주부들에게 돌아가도록 해 모임을 더욱 활성화 할 계획이다.
 
넋두리가 아닌 현실과 민심 반영
부운영자 김씨는 “많은 주부들이 육아와 살림으로 외부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너무 제한돼 있다”고 설명하고 “모임 활성화를 통해 주부들의 인간관계에 도움을 주고 생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회원 고경아(34·서구 일산동)씨는“주부들의 스트레스가 까페 활동을 하며 나누는 수다로 해소되고 있다”며 “우리들의 수다는 넋두리가 아닌 현실과 민심을 반영하는 의미 있는 수다”라고 털어놨다.

일산 아지매 http://cafe.naver.com/isajime

프리미엄 이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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