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일자리 목표 4만3000개 … 직접 창출 예산은 6000명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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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노인종합복지관 소속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조규숙씨가 3일 한 할머니를 찾았다. 조씨는 34명의 노인을 돌보며 월 55만원정도를 번다. 지난해엔 모두 24명이 일했지만 올해는 예산을 이유로 오히려 18명으로 줄었다. [김성룡 기자]

 정부가 올해 나랏돈을 들여 직접 만들 공공 일자리는 29만 개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다. 잘만 하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으로 65만 개의 민간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4대 강 정비 사업을 서두르는 것도 일자리를 더 빨리,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다.

정부가 정책의 1순위를 일자리에 둔 것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인식에서다. 경기 침체로 당장 살림이 막막해진 저소득층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일자리를 기업에만 맡겨둬서는 대량 실업을 막기 어렵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기존에 하던 일자리 사업의 규모를 늘렸지만,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직장을 잃은 신 빈곤층에 대한 대책이 지나치게 ‘보호’ 위주로 돼 있다”며 “빈곤 탈출과 빈곤층 추락 예방 대책이 있어야만 오랜 경기 침체를 버텨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금은 재정적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에 4조8655억원=일자리 창출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예산은 4조8655억원이다. 지난해보다 1조4000억원(41%)이나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12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올해 예산을 짰는데, 그중에서 일자리 관련 예산의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경기가 위축되면서 일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애초 정부안에 2000억원을 추가해 일자리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는 올해 1, 2분기 경제가 가장 나쁠 것으로 보고 예산 집행을 최대한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목표는 상반기 중 예산의 70%를 조기 집행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실업 대책도 확대했다. 노동부는 실업 급여, 직업 교육, 기업의 일자리 나누기 지원 등에 5조4484억원을 쓸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1조4000억원 늘었다. 연인원 174만 명이 혜택을 보게 한다는 것이 목표다.

◆숫자놀음 벗어나고 속도 내야=정부 정책이 제대로 되려면 두 가지가 절실하다. 우선 일자리 숫자에 연연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 각 부처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경쟁적으로 일자리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허수가 적지 않다. 환경부는 4만3000개의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6000명 수준이다. 나머지는 ‘취업유발계수’를 활용해 추정한 기대치에 불과하다.

문제는 계수와 현실의 차이다.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투자의 경우 이미 무인운영시스템이 확산되는 추세여서 정부가 목표로 한 일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지식경제부가 제시한 ‘고급 일자리 3000개’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잔뜩 움츠리고 있는 데다 기존 사업 예산을 확대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청년인턴의 경우 채용 인원 수치에 매달리다 보면 있는 인턴을 내보내고 새로 인턴을 뽑는 식의 ‘인턴 돌려 막기’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

경제위기로 직장을 잃고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기에 놓인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도 부족하다. 방치 아동 보호처럼 경제위기로 새로운 수요가 생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려가 적다는 것이다. 류정순 빈곤문제연구소장은 “건강보험 재정을 적극 활용해 건강보험료를 내기 어렵게 된 실업자나 영세 자영업자 같은 사각지대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자리 대책의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4대 강 정비 사업은 지난해 12월 29일 착공식을 하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도급업체 선정 같은 관련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속도전을 펴고 있는 4대 강 정비사업이 이 정도니 다른 사업은 말할 것도 없다.

김영훈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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