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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 신년사 “연은 바람이 거셀수록 더 높이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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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나무는 마디를 맺으며 더 강해지고 연은 바람이 거셀수록 더 높이 난다.”

2일 오전 삼성 사내방송(SBC)에서 그룹을 대표하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한 말이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신년사에서 한 말을 다시 인용한 것이다. 그는 “삼성이 오늘날 일류기업 대열에 올라선 것도 위기에 이어 찾아온 기회를 살렸기 때문”이라며 “남들이 멈칫하고 있을 때 기술과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면서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도 시무식에서 “자신감과 창조적 도전정신으로 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체질을 확보하는 한 해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올해를 ‘바닥 다지기 해’로 정하고 기본으로 돌아가 비효율·중복·낭비요소 등을 제거하고 미래 도약을 위한 준비해 나가자”고 말했다.

LG를 제외한 주요 그룹들도 2일 일제히 시무식을 했다. 이날 시무식에서 주요 그룹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는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위기극복’이라는 공통된 화두를 꺼냈다. 이들은 현 경제 위기를 참고 버티자는 것이 아니라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자는 강한 의지가 배어 있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수출 확대를 통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은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올 한 해는 판매 확대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국가별로 고객이 원하는 사양의 차를 발빠르게 개발·공급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현대·기아차가 ‘10년 10만 마일 품질보증’ 등의 판매 전략으로 미국 시장을 확장했던 점을 언급했다. 독창적이고 효과적인 판매확대 방안을 주문한 것이다.

지난해 ‘속도 있는 변화’를 주장했던 SK 최태원 회장은 올해는 속도·유연성·실행력을 강조했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니 안정을 꾀하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가라는 의미다. 주력계열사인 SK텔레콤의 정만원 사장도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라는 두 가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단어”라며 “성장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도 위기에서 찾아오는 절호의 기회를 과감하게 포착하기 위해서는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GS 회장은 “기발한 전략이나 방안보다는 실행력이나 실천의지가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며 “실패의 원인은 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제대로 실행해 보고 집요하게 끝까지 승부를 겨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는 5일 시무식을 할 예정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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