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클래식 입문 돕는 ‘화려한 정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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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레인보우 클래식
이장직 지음, 새터, 343쪽, 1만5000원

“교향곡은 비프 스테이크와 같은 메인 요리, 앙코르 곡은 아이스크림과 같은 디저트다.”

지은이가 음악회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든 비유다. 하나의 작품만 연주되는 칸타타나 오페라, 오라토리오 등은 에피타이저·디저트 등이 나오지 않는 ‘통돼지 바비큐’라 풀었다.

저자의 비유를 빌려 말하면, 이 책은 에피타이저·메인 요리·디저트가 고루 나열된 ‘정찬 코스’다. ‘음악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으로 클래식 음악 입문의 입맛을 돋군다.

서양 고전음악의 고향인 유럽 여러 도시의 역사와 일화를 소상히 소개하는 것으로 관심을 잡아끈다. 이어서 주요 작곡가의 삶과 작품 설명, 연주자와 악기 소개, 귀에 익은 음악에 대한 해설이 푸짐하다. 꼭꼭 씹어 읽어볼 ‘스테이크’다. 이처럼 쉽고 재밌는 일화와 중요한 음악사를 고루 배치해 균형잡힌 ‘코스’를 구성했다. 음악과 미술·문학의 교류를 다룬 뒷부분은 입맛을 개운하게 하는 디저트인 셈이다.

저자는 “책 한 권으로 클래식 음악의 모든 것을 망라하기는 어렵다. 맛보기를 위한 입문서로 읽어주면 고맙겠다”고 책 머리에 썼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뼈대를 이루는 역사와 인물·작품을 백과사전식으로 다뤄 음악 애호가에게도 제법 유용한 책이다.

가령 지금의 지휘봉을 쓰게 되기까지의 역사,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동기로 만들어진 음악 목록 등을 자세하게 풀어놨다. 별명이 붙은 음악은 어떤 것이 있을까 궁금한 독자를 위해 헨델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80여개의 작품 목록을 정리했다. 고대 중국, 그리스의 사례를 인용하는가 하면, 작곡가들이 직접 쓴 글은 물론 뉴욕타임스와 문화 인류학도 참고했다. 여러 방향에서 접근한 클래식 입문서가 넘쳐나는 요즘과 달리, 초심자를 위한 책이 드물었던 시절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내용에 정도(正道)로 접근한 첫 책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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