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삼미특수강 부도 한달만에 재기의 불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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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삼미특수강이 부도가 난지 한달여만인 22일부터 공장 재가동에 나서게 됐다.

임직원들이 월급수령을 미루는 대신 그 돈으로 원료를 사고 각계에 지원을 호소하는등 눈물겨운 구사(救社)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삼미는 올들어 주력인 강관.봉강공장을 포항제철에 매각(2월17일)하고 법정관리를 신청(3월18일)한데 이어 부도(3월20일)까지 나면서 회사가 존폐위기에 몰린 상태.

지난달 24일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결정으로 채권.채무가 동결되면서 한시름 놓았지만 포철에 팔고 남은 스테인리스 강판공장은 가동이 완전 중단된 상태.먼지만 쌓이며 자칫 고철덩어리로 전락할 절박한 상황이었다.

삼미특수강 임직원들은 이에따라 창원공장 안에'공장가동조기추진위원회'(조추위)를 결성하고“제3자 인수등 법원과 채권단의 처분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구책을 세워보자”고 결의했다.

이미 두달치 월급을 못받고 있는 가운데 자가용 출.퇴근은 멈춘지 오래고,일부 직원들은 막노동판에 나가거나 부인들이 생활전선에 뛰어드는등 직원들 가계마다 주름살이 지워지고 있었지만'회사부터 살리자'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 회사 김정규(金貞圭.45)부장은“중.고교생인 세자녀의 과외를 다 끊었다”며“당장 먹고 살기부터 힘들어졌지만 개인이 살려면 회사가 먼저 재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미는 이에따라 직원 급여지급분 40억원을 포철에 주고 스테인리스 강판 원료인 핫코일 2천8백을 구입키로했다.

국내기업보다 외국기업이 먼저 이같은 삼미측의 노력에 호응해왔다.

삼미와 30년동안 거래해오면서 상호 신뢰를 쌓아왔던 일본의 닛신.가와사키사등 철강업체들이 국내 종합상사가 보증서는 조건으로 핫코일 2천5백을 외상으로 대주기로한 것.

삼미의 또다른 거래선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럼버스사도 삼미에 원료공급을 검토중이라고 삼미측이 전했다.

국내 철강업체들도 임가공(원료를 먼저 대주면 삼미가 가공한 뒤 다시 납품)하는 조건으로 1천을 대주기로해 6천여의 원료를 확보하게 됐다.

삼미는 이에따라 17일 공장을 대청소하고 안전설비를 점검하는등 준비작업에 나섰으며 22일 재가동에 들어가게 된 것.

이 공장이 완전 정상가동되려면 한달평균 1만8천의 원료 핫코일이 필요해 풀가동은 어려운 상태.

그러나 일단 공장을 돌려 제품이 나오면 수입금으로 다시 원료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재가동의 불씨는 지핀 것으로 보고 있다.

“나라를 잃어봐야 조국의 고마움을 알 수 있듯 회사가 부도난 뒤에야 소속할 회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삼미특수강 양희성(梁熙星)상무는“스테인리스 강판은 삼미가 국내수요의 40%를 조달해왔기 때문에 원활한 수급을 위해서도 조기 정상화가 시급하다”며“직원들의 눈물겨운 회사살리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달라”며 각계에 지원을 호소했다. 〈민병관 기자,창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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