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달라진다>2. 쌍방향 T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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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이재형(李在珩.52.서울영등포구여의도동)씨 가족은 쌍방향 TV를 즐기고 있는 국내 몇 안되는 가정중 하나다.지난해 말부터 매일 밤 8시쯤이면 이씨의 가족들은 안방 컴퓨터 앞에 모인다.이전에는 거실에서 TV를 보며 이야기도 나누곤 하던 것이 장소가 바뀌었다.

“무얼 볼까.”

잠시 논의 끝에 결정된 것은 영화 한 편.

'멀티미디어 서비스'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영화 관련 항목을 찾아가 하나를 고른다.

시작된 영화 화면 밑에는 마치 비디오의'정지''재생''되감기'버튼 같은 표시가 있다.전화가 오거나 손님이 찾아오면'정지'버튼을 눌러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간 뒤'재생'을 누르면 계속 이어서 영화를 볼 수 있다.그때 그때 시청자의

요구가 반영되는'쌍방향 TV'를 맛보고 있는 것이다.

쌍방향 TV는 이처럼 미리 정해진 방송사와 시청자의 약속에 따라 시청자들이 어떤 신호를 보내면 방송사가 그대로 따라주는 서비스를 말한다.이는 위와 같은 서비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제작.홈쇼핑등에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김영석(金永錫.43.남)교수는“미래의 방송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시청자들이 비디오를 보듯 골라보게 하는'정보제공자'의 모습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케이블TV 회사인 타임워너사는 국내보다 앞선 쌍방향TV 서비스를 실시중이다.FSN(Full Service Network)이라는 이 서비스는 컴퓨터 대신 일반 TV수상기와 셋톱박스라는 특수장치,특수리모컨을 통해 이뤄진다.통신망

은 케이블TV 네트워크가 대신한다.

FSN을 이용하면 영화.스포츠 프로그램등을 마치 비디오 녹화물을 보듯이 시청하는 것은 물론 쇼핑까지 가능하다.이 모든 것이 쌍방향TV를 통해 방송사에 시청자가 원하는 바가 전달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쌍방향TV는 이처럼 시청자의 요구에 맞춰 방송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가 방송국과 의견교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방송제작에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쉬운 예는 가요프로그램의 시청자 투표.전화나 PC통신을 사용하는 현재의 방식과 달리 단지 TV에 달린 리모컨으로 후보곡의 번호를 누르면 순식간에 전국적인 집계가 이루어진다.

프로그램 진행도중 미리 시청자들의 의견을 모아 이를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시도는 이미 이뤄졌다.올초 방송된 MBC'디지털 문명이 열린다'가 그 예.

첨단정보기술이 바꾸어 놓을 미래의 모습을 그린'디지털…'의 5부는 1천여 네티즌들의 의견을 받아 만들어졌다.토론으로 이뤄진 5부'광속으로 열리는 미래'는 MBC가 1~4부의 내용을 미리 인터넷에 띄워 놓은 뒤 이에 대한 의견을 받아 토론 내용을 결정한 것.

KBS 전산정보실 박영석(朴英錫.49)개발부장은“시청자의 입맛을 최대한 빨리 반영하지 않으면 채널을 돌리는 양상이 점점 늘어난다”고 말해 결국 이처럼'맞춤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쌍방향TV의 도입과 함께 방송사가 택해야 할'운명'으로 보인다. 〈권혁주 기자〉

<사진설명>

시청자들이 비디오 녹화물을 보는 것처럼'빨리감기''되감기''재생''정지'등을

해가며 영화.다큐멘터리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한국통신

멀티미디어 서비스. 〈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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