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지원 금융기관협의회 해결사역할 수행 여부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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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기업 부도충격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공동대처하자는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운영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14일 10개은행 전무회의에 이어 15일 은행장회의를 거치면서 확정된 이 방안은 이번주중 35개 일반은행장회의와 종금.증권.보험등 제2금융권의 합의과정을 거쳐 오는 2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진로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과 서울은행등은 이 방안이 발효되면 진로를 첫번째 적용대상으로 삼기위한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도파장을 우려해 정부도 이같은 은행들의 움직임을 독려하고 있다.그러나 일부 은행들과 종금사등 제2금융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기업들을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시장원리에 상반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협약안의 내용과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을 정리한다.

◇금융기관 협의회는 무엇을 하나=15일 은행장회의에서 마련한 방안은'부실징후기업의 정상화 촉진과 부실채권의 효율적 정리를 위한 금융기관 협약'안(案)이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다.이 협약의 핵심이 바로 채권금융기관간의 협의회 구성및 운영이다.

금융기관 총여신 2천5백억원 이상인 대기업에 부실징후가 보이면 주거래은행이나 돈을 많이 빌려준 금융기관이 이 협의회 구성을 요구하게 된다.일단 협의회 구성이 통보되면 그날부터 은행이든 종금사든 해당기업의 어음을 함부로 교환에 돌리지 못한다.자금악화설만 돌면 다투어 담보로 잡고 있는 견질어음까지 교환에 돌려 해당 기업의 자금난을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반면 가망이 없는 기업이라는 판단을 내리면 곧장 3자인수나 법정관리,청산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런 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협약을 지키지 않는 금융기관에는 해당기업 채권액의 10%를 위약금으로 물리는등 제재방안도 마련했다.

◇제2금융권의 동참이 관건=이 방안이 실현되려면 종금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이 은행들과 같이 움직여줘야만 한다.그러나 특히 종금사들은 반발이 크다.

14일 오후 긴급이사회를 열고 이 방안을 논의한 종금사들은 먼저 형평성 문제를 들어 반대입장을 정리했다.즉 종금뿐 아니라 할부금융.파이낸스등 여신전문 금융기관들이 함께 포함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 은행처럼 담보를 챙길 수 있는 금융기관과 신용만으로 거래하는 종금사가 함께 같은 조건으로 자금을 공급한다거나 채권행사를 유보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이야기다.해당기업이 결국 부도가 나면 담보가 없는 종금사들은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다.일부 종금사 관계자는 이같은 협약 자체가 부실징후 기업의 도산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한편 증권.보험등 다른 제2금융권 금융기관들은 15일 오후 현재 이같은 협의체 구성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한채 사태의 진행상황만을 살피고 있다.

◇다른 문제는=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협약이 담합행위나 우월적 지위 남용등의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통상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금융기관들이 힘을 합쳐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지원하는 행위가 외국의 경쟁기업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손병수.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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