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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진입 땐 넥타이 꼭 풀어라” … 민주 의원들은 ‘인간띠 장비’ 착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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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일 밤 여야 간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도 발동됐다.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제 갈 길을 향해 갔다.

질서유지권이 발동되면서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사태가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법안 처리도 가능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야 모두 깊은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여권은 새해 초 인재 재배치 등을 통해 국정 운영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야당은 의원직 사퇴 또는 장외 투쟁 등 강수로 맞서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예상한 길로 간 셈이지만 한동안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오후 8시30분 두 번째로 모인 여야 원내대표들이 결국 ‘빈손’으로 협상장을 걸어 나왔다. 곧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여야 대화의 가능성은 끝났다”며 “국회의장이 나서 정당대표 간 회담을 주재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국회가 이 지경인데 의장과 거대 한나라당은 안 보이고 청와대만 보이는 것 같다”며 “오늘의 이 사태는 전적으로 청와대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민주당이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국회 폭력점거 상태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국회 폭력 점거 상태에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들이 모여서 회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받아쳤다. 홍 원내대표는 “폭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힘의 행사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10여 분 뒤 김형오 국회의장이 오랫동안 만지작거렸던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자신이 시한으로 정한 29일 자정을 20여 시간 넘긴 뒤였다.

이후 본관 3층 로텐더홀 앞에선 농성 중인 민주당 사람들과 심야 의총을 위해 예결위 회의장을 찾은 한나라당 사람들이 엉켜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11시까지 본회의장 주변에서 대기했다. 홍 원내대표는 심야 의총에서 “내일부터 비상”이라며 “혹시 진입이 시작되면 넥타이를 꼭 풀어라. 그렇지 않으면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부 기자들에게 본회의장 진입을 허용했다. 60여 명의 의원들은 책을 보거나 대화를 나눴다. 의원들은 ‘인간띠’를 만들기 위한 등산용 안전 장구를 몸에 착용한 채였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선진과 창조의 모임 권선택 원내대표는 전날 결렬된 원내대표 회담을 오전 11시에 열었다. 홍 원내대표는 “혼란의 종지부를 찍자”며 최종 협상안을 제시했다. 미디어 관련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내년 2월 중 협의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 원 원내대표는 “협의가 아닌, 합의 처리를 약속해 달라”고 맞섰다. 각자 의원총회를 거친 뒤 오후 8시 다시 연 회담은 결국 마지막 회담이 됐다.

◆불신임받은 홍준표 협상안=홍 원내대표가 야당에 제시한 협상안은 의총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김용태 의원은 “미디어 입법은 정치적 논리 싸움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라며 “대한민국이 특정 방송사의 이익 때문에 무너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효재 의원도 “오늘의 방송이 언론의 공정성을 얘기할 수 있느냐”며 “미디어 관련법은 오늘, 이 시점,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게 대선 때의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KBS 기자 출신인 안형환 의원은 “미디어에 관해 우리는 차세대 먹거리로 생각하지만, 민주당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본다”며 “불씨를 키우지 말고 맞을 매가 있다면 빨리 맞자”고 말했다.

고정애·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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