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 투기거래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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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선물시장의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다. 현물시장의 약세가 이어지자 개인들의 투기성 자금이 선물시장으로 흘러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주식시장의 거래규모가 줄어든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와 함께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주(貸株)거래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선물시장 거래 급증=지난달 KOSPI200 선물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30만1467계약으로 지난 1~4월의 하루 평균 거래량(18만9918계약)에 비해 58.7%나 증가했다.

반면 거래소의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량은 3억5530만주로 올해 들어 4월까지의 하루 평균 거래량(4억4610만주)의 8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증시의 상승세가 꺾인 가운데 선물시장의 가격변동폭이 커지면서 현물시장보다는 선물시장에 투자해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선물시장의 하루 평균 가격변동폭은 2.75포인트로 지난 1~4월의 평균(1.08포인트)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개인들의 선물시장 참여도 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45% 선을 유지했던 개인의 선물거래 비중도 지난달 47.5%까지 늘어났다.

굿모닝신한증권 서준혁 연구원은 "해외 변수로 주식시장이 '널뛰기'를 하자 선물 가격도 덩달아 변동성이 커졌다"며 "증시가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하락장에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선물시장에 투기성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정기간 주식을 빌려 투자하는 대주거래도 늘고 있다.

주식을 빌린 투자자는 먼저 주식을 매도하고, 주가가 하락한 뒤 다시 매수해 주식을 돌려주면 약세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온라인 대주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키움닷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개시한 대주거래 서비스의 이용고객 120여명 가운데 50%가 지난달 신규 가입한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닷컴증권 주인 과장은 "증시가 상승세를 타던 지난 4월까지는 가입자가 많지 않았지만 주가가 내림세로 돌아선 뒤부터 가입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묻지마' 투자 자제해야=개인투자자들은 기관.외국인에 비해 자금과 정보.투자기법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섣불리 선물 등 파생상품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파생상품 매매 속도나 가격 변동폭이 점점 커지고 있는 데다 외국인마저 선물시장에서 투기적인 매매행태를 보이고 있어 웬만한 '실력'으로는 장을 따라가기가 벅차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들이 지난달에만 선물시장에서 1500억원 가까운 손절매성 매물을 쏟아내는 등 성적이 좋지 않다"며 "현물시장에서 돈을 잃은 개인들이 선물 시장으로 이동해 기관 및 외국인의 '돈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투자증권 홍긍표 상품기획부장은 "외국인과 기관은 현물과 선물거래 등을 서로 연계해 헤지(위험 분산) 위주로 투자하는 데 비해 개인들은 선물에만 전념하고 있어 피해가 크다"며 "약세장이 예상되면 MMF에 자금을 묻어두고 때를 기다리거나,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엄브렐러펀드.ELS 등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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