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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색감 미첼과의 데이트 - 청담동 원화랑서 22일부터 작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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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잭슨 폴락과 윌렘 드 쿠닝.프란츠 클라인등 쟁쟁한 대가들이 주도했던 50년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이 맥을 이어 추상표현주의 제2세대 작가인 조앤 미첼(1926~92)의 작품전이 22일부터 5월11일까지 서울청담동 원화랑(02-514-3439)에서 열린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미첼의 작품전에는 70년대 중반부터 사망 직전인 90년에 이르기까지의 주요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는 80년대 파리 퐁피두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당시 소개됐던 세로 2백20㎝.가로 3백60㎝의 대작 '사이프레스(삼나무)'등 그의 대표작이 포함돼 있다.이 화랑 정기용사장이 수십년동안 관심을 갖고 컬렉션한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것.

추상표현주의는 그리는 행위 과정과 즉흥성이 강조되는 미술의 표현양식.액션 페인팅으로 불리는데서도 알 수 있듯 화가의 몸동작,즉'사건'이 캔버스에 기록된 것일뿐 구체적인'이미지'가 드러나지는 않는다.“드로잉을 할 줄 모른다”는 비난

에서 일생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폴락이나“데생을 하지 않는다”는 미첼은 모두 충실한 추상표현주의자들이었던 것이다.

미첼은 50년대 뉴욕에 잠시 머무를때 앞서 언급한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들로부터 직접적 영향을 받았지만 이들의 작업방식을 넘어선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바로 불을 뿜는듯한 색채감각과 섬세한 감성이 그것인데 미국

과 프랑스 두 나라의 감성이 어우러진 결과다.

미첼은 시카고 출신의 미국작가지만 56년부터 프랑스에 머물렀다.그리고 69년부터는 모네의 명작'수련'등이 탄생한 파리 근교의 베테이유에서 활동하며 작가로서의 절정기를 맞았다.더없이 파란 하늘과 라일락의 자홍색,들판의 초록색등 베테

이유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아름다운 자연은 그녀만의 폭발적인 색채감각을 발휘하기에 충분했다.많은 미술사가들은“미첼이 모네로부터 자연 감각을 배웠지만 오히려 이를 압도한다”고 말한다.

미첼의 작업을 인상주의적 추상미술로 표현하는 것도 이런 영향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모네와 반 고흐등 인상주의자들의 작품은 절정의 격렬함과 서정성 모두를 미첼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격렬한 붓터치의 불협화음이 미국적 회화의 전통이라면 결국 안정된 구조를 만들어내는 차분한 서정적인 감성은 프랑스의 자연 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전시는'고전'이 되기를 원했고 결국'고전'으로 남은 미첼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안혜리 기자〉

<사진설명>

조앤 미첼이 파리 근교의 베테이유에 머무르면서 83~84년에 걸쳐 그린'큰 협곡'.그녀 특유의 강렬한 색채감각과 서정적인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2백59×2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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