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 M&A 파동 그후 밀착점검 - 업계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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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신동방그룹의 미도파인수 파동을 계기로 기업들의'내집 지키기'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특히 유통업체.소비재관련 업체들은'미도파 사건'이후에도 끊임없이 기업 인수및 합병(M&A)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다른 업종에 비해 훨씬 더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고 있다.M&A관련 법규정 완화,외국인투자 확대,다국적기업의 국내기업 인수설등으로 현실로 다가온 M&A.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M&A 공격과 수비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인 종근당은 지난달 31일 대주주 지분을 5% 더 매입하겠다며 자사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했다.이에대해 일반 제약업계는 연구 개발비.유통망 확충등으로 한푼의 투자비용이 아쉬운 판에“왜 돈을 주식에 묶어 두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하지만 증권가에서는“제약업체 치곤 눈치있다”는 평가였다.심지어 이를 예견하고 종근당 주식을 미리 사놓은 사람도 있었다.

종근당 관계자는“미도파사건이 터진데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국내 유통망확보및 예상경쟁사 제거차원에서 국내기업의 인수를 추진중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주식상황을 점검한 결과 이를 방어하기에 종근당의 대주주 지분율이 낮다는 판단이 내려져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지난해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사를 외국회사들이 인수하려 했던 것에서 보듯이 외국기업들의 인수가능성은 바로 코앞의 문제”라며“이번 조치로 종근당의 경영권은 안정됐고 다른 업체들에도 위험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현재 M&A와 관련해 직.간접의 영향권에 들어간 국내기업들은 종근당처럼 대주주지분을 단순히 높이거나 자사주 펀드및 전환사채발행,주요 주주들의 우호세력화 작업,해당부서의 M&A관련 교육강화,우리사주조합과의 연대등 다양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유통관련 업체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비록 처음부터 의도되지는 않았지만'미도파 사건'이 결과적으로 앞으로 닥쳐올 유통업체 M&A의 신호탄이 됐던 것이다.

또 듀라셀의 서통인수에서 보듯 유통업체가 아니라도 유통망이 강한 소비재 업체들도 이에 긴장하게 됐다.코미트M&A의 윤현수사장은“유통관련 업체들은 그동안의 계속된 시설투자등으로 상대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자산도 저평가됐으

며,특히 거점.영업망.상권확보등 기존의 기득권이 강해 신규설립보다 인수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특징이 있다”면서 실제로 국내는 물론 외국기업들의 인수의뢰건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금판매.어음결제'라는 유통업체들의 특성상 인수과정에서 부도가 날 우려가 적고 이 분야에 관심을 둔 기업들도 많아'그린메일러'(M&A를 조장하되 인수보다 이 과정의 시세차익이나 프리미엄을 노리는 사람들)들의 좋은 표적이 될 수 있

다는 점도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이다.

올해초 해태제과에 대해 인수설이 퍼졌을 때 해태그룹이 해태제과보다 오히려 해태유통에 신경을 쓰면서 대주주 지분율을 17.8%에서 25%이상으로 올린 것도 이같은 판단에서였다.

해태제과 인수설의 경우 이 업체가 그룹의 지주기업이라는 점을 활용해 일부에서 시세차익을 노려 퍼뜨린 헛소문이었다면,해태유통의 경우는 국내 최대의 슈퍼체인업체라는 점 때문에 실제로 국내.외 기업들의 적대적 M&A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M&A 전문기관을 통한 쁘렝땅백화점 매각설'이 나돌았던 대구의 화성산업도 최근 회장이 직접 상경해 증권거래소에서 부인공시를 하는가 하면,혹시 있을 M&A에 대한 방어와 안정된 경영을 위해 우리사주조합(5.5% 확보)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자사주식 매입이 잇따르고 있다.

미원그룹의 경우는 올해초 분리시켰던 세원과 미원이 각각 M&A 대상기업으로 거론되자 즉시 임창욱 미원그룹회장 명의로 2.3%,미원이름으로 14.5%의 세원주식을 각각 구입해 세원을 합병시키는 완전방어전을 벌였고,최근에는 미원통상이

미원의 주식 3.7%(33만주)를 인수토록 했다.

미원이 그룹의 지주회사인데다 유통망이 강한 소비재 업체라는 점 때문이었다.미원그룹은 현재도 M&A전문가를 초빙해 직원교육을 하는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크라운제과도 M&A에 좋은 자산우량주로 알려지자 26%였던 대주주및 우호세력 지분을 즉각 32%로 올리는 한편 지분의결권은 없으면서 기존주주의 지분을 사실상 높이는 자사주 펀드(지분의 5%)에 가입했고 올해도 여기에 20억원정도 추가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초 전환사채와 관련된 정관을 개정해 유사시 즉각 이를 활용할 준비를 해놓기도 했다.

이밖에 최근 인수설이 나돈 T백화점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M&A 전문기관들을 동원해 철저한 내부점검작업을 마친데 이어 전담직원을 통한 자사주의 매매동향 체크,관련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있다.

해태그룹 관계자는“기업들의 자유로운 인수합병 경쟁이야 사실 당연한 것이지만 단순히 시세차익 또는 프리미엄을 얻기 위한 루머나 위장 인수합병추진은 경계할 대상”이라며“아울러 유통시장개방으로 당장 외국업체에 맞서야 하는 국내업계가 많은 자금을 시설투자 대신 경영권 확보에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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