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영양실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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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탁아원.유치원에 있는 북한 어린이들은 2백60여만명,대부분 머리칼이 빠졌거나 노랗게 변해 있었다.”(세계식량계획 캐서린 버티니 사무국장 증언).“용연이라는 작은 마을 고아원엔 아기 9명이 나란히 누워있었다.낡은 털담요 한장을 덮은

채 쉴새 없이 눈물을 흘린다.어머니 9명은 지난 겨울 죽었다.아기들도 곧 엄마의 뒤를 따를 것이다.아기들은 이 나라 2천3백만 주민들을 서서히 죽이고 있는 굶주림의 희생자들이다.”('유에스 투데이'북한 기아 르포중에서).

북한 식량난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북한 주민 대부분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렸음을 짐작케 하는 기사가 최근 거듭 나오고 있다.영양실조란 의학적으로 소모증(Marasmus)과 단백질 칼로리결핍증(Kwashiorkor)을 말한다.소모증은

만성설사와 선천성 기형의 원인이 되고 단백질결핍증은 피하조직이 소실되면서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복부 팽창에 검은 머리가 붉은 줄머리로 변색되거나 빠져버린다.멀리 르완다.소말리아까지 갈 것도 없이 지금 북한 동포 어린이들의 20%

이상이 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가 나와 있다.

유엔이 권장하는 하루 1인당 식량배급량이 7백~8백이다.스티브 린턴 유진벨재단이사장이 전한 북한 하루 식량배급량은 그것의 4분의1인 1백~2백으로 5백㎉ 섭취량밖에 되지 않는다.보릿고개가 남아있던 우리의 60년대초 하루 평균섭취량

이 1천9백㎉였다.그때 4분의1 수준이 지금 북한이다.

북한이 정상적인 배급을 하려면 연간 6백77만이 필요하다.96년 한해 곡물총생산량이 3백69만,3백만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여기에'전쟁준비미''애국미'명목으로 1백만을 절약한다니 사실상 4백만이 모자란다.이러니 죽어나는게 어린아이

들이다.손바닥에 한웅큼 잡히는게 곡물1백g이다.이게 지금 북한 어린이 하루의 끼니다.

서울서만 발생되는 음식쓰레기가 4.5 트럭 1천대분이다.전국 1년치 음식쓰레기 비용이 8조원에 달한다.이 돈이면 북한 어린이 전부를 먹여살릴 돈이다.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해 직장에선 점심거르기운동을 벌이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하루

한끼에 음식 찌꺼기마저 줄인다면 북한의 기근을 해소할 수 있다는 손쉬운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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