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수출 둔화.경상적자 위험수위-바트화 폭락.외국자금 대거 이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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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태국경제가 불안하다.

한때 두자릿수의 고성장을 구가하며 아시아의 차세대 호랑이를 자임하던 태국경제가 위기를 맞고있는 것이다.

수출 증가세가 한풀 꺾이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바트화(貨)의 가치는 7년7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다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있는 금융기관들이 고성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휘청거리고 있다.태국정부는 지난 3월 금융관련 주식의 폭락을 막기위해 금융주 거래를 중단시키는 초고단위 처방을 내리기까지 했다.

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멕시코식 금융위기가 아시아에서 재연된다면 그 첫 희생자는 태국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국제금융시장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태국경제가 이처럼 수렁에 빠지게된 것은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임금이 급격히 오른데서 비롯됐다.

섬유.신발.플라스틱제품등 주종 품목들의 수출이 지난해 모두 20~50%씩 줄어들었다.더 싼 임금을 앞세운 중국.필리핀.인도네시아등에 수출시장을 급속히 빼앗겼기 때문이다.수출증가세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입은 빠른 속도로 늘어왔다.그

결과는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93년 84억달러였던 경상적자는 95년 1백억달러를 넘어서 지난해에는 1백61억달러로 불어났다.

경제규모(GDP)에 대한 경상수지 적자비율은 이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정한 위험수위 5%를 넘어 8.2%에 이른다.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바트화는 중앙은행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걸어왔다.누적되는 경상적자와 달러강세가 부담이 된데다 경제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외환딜러들의 투매에 시달리고 있다.

태국정부는 외국투자가들의 불안감을 덜어내느라 안간힘이다.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에 나서는 한편 과감한 긴축재정과 수출촉진책을 펼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의 불안정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식 금융위기로 갈 가능성은 많지않다는 것.3백92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는 우리나라보다 많고 정부 대응이 발빠르게 이뤄지면서 최악의 상황은 넘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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