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저승사자’로 이름 떨친 27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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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산지역 조직폭력배들의 ‘저승사자’로 이름을 떨친 부산지방경찰청 고행섭(58·폭력계·사진) 경감이 29일 정년 퇴임한다.

1979년 순경공채로 경찰에 첫 발을 디딘 고 경감은 29년의 경찰관 생활 중 2년을 빼고는 줄곧 형사부서에서 일한 ‘조폭잡는 형사’였다.웬만한 폭력조직 두목들도 그의 수갑을 보면 벌벌 떨었다.그가 계보를 파악해 관리한 조직폭력배만 290개파, 2900여명에 이른다.검찰과 경찰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1992년에는 칠성파 등 부산의 4대 폭력조직을 일망타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예비폭력배 양성을 뿌리뽑기 위해 2005년 도입한 ‘스쿨폴리스(배움터 지킴이)’도 그의 작품이다.부산시교육청이 2002년 도입한 ‘사랑의 경찰 교사제’도 그가 아이디어를 냈다. 후배 경찰들은 야인으로 돌아가는 그를 위해 오랫동안 그와 함께 사건 현장을 지켜온 경찰청 출입기자와 동료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인간 고행섭’을 만들어 29일 퇴임식날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청소년 상담가로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야간 대학에서 2년째 책과 씨름하고 있는 그는

“손을 씻는 폭력배들과 ‘문제아’로 낙인 찍힌 청소년들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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