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디오>94에미상 작곡상 받은 '러시 라이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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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B급 재즈 연주자들의 애환과 로맨스를 보여주는'러시 라이프'(우일.사진)는 시종 재즈의 고전들이 깔리며 음악팬들의 정서를 촉촉히 적셔주는 멜로드라마다.

전설적인 색소폰연주자 찰리 파커를 그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버드'에서 바로 파커역을 훌륭히 소화해 낸 포레스트 휘테커가 여기서도'버디'라는 트럼펫 연주자로 등장한다.그의 파트너는'주라기공원''인디펜던스 데이'등 흥행작에서 낯

익은 제프 골드블럼으로 색소폰을 연주한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이 두 주인공이'우리 인생에서 음악의 의미는 무엇인가'고 대화하는 장면은 예술가의 마음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94년 에미상 작곡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재즈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여자에 대한 열정이 오버랩돼 스탠더드 재즈곡을 연주하듯 사랑과 따뜻한 인간애를 풀어나가는 것을 묘사한다.재즈팬들은 물론이고 음악의 문외한들도 장인정신에 투철한 예술

가들의 소박한 사랑과 우정이 부담없이 와닿는 작품이다.

미개봉작인'러시 라이프'는 본격적으로 재즈 음악의 세계를 묘사했던'버드',스파이크 리의'모 베터 블루스',로버트 올트먼의'캔자스시티'와 얼핏 비슷할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 다소 차이가 난다.

그보다 화려한 스타가 되지는 못하면서 음악에 대한 애정을 저버릴 수 없어 무명 음악인으로 겨우 생활을 꾸려나가는 점에서 시드니 폴락의'사랑의 행로'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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