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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학대로 고통받는 어린이 없는 세상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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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날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 최전선에는 마약에 취한 채 ‘살인 기계’로 투입되는 10대 소년병이 30만 명에 달한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헐값에 팔리거나 인신매매단에 납치된 뒤 성적 노예로 착취당하는 어린 소녀들이 100만 명을 넘는다. 탄광과 커피·담배농장 등에서 온종일 중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 노동자도 2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여전히 수없이 많은 아이가 탐욕에 눈먼 추악한 어른들의 손에 학대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탄절을 맞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학대받는 어린이들의 고통에 마침표를 찍자”고 호소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지구촌이 내전과 테러, 경제위기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며 가장 연약한 어린이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국내에서도 아동 학대는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부모 등으로부터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받는 아이들의 숫자가 지난해 5581명으로 5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의식주를 챙겨주는 기본적인 보호조차 소홀히 하는 방임형 학대가 큰 폭으로 늘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의 무관심과 폭력으로 받은 상처는 평생에 걸쳐 트라우마로 남는다. 이는 나라의 미래여야 할 아이들을 장차 사회불만 세력이 되도록 만든다.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각 가정과 이웃, 국가가 한마음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정부가 개정을 추진 중인 아동복지법부터 아동 학대를 예방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시정할 수 있게 면밀히 손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