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의 강압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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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강전>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제12보(109~118)=막다른 골목이라고 느낀 이창호 9단이 백△로 끊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대마를 봐서라도 양보 좀 하라는데 이세돌 9단은 한술 더 떠 역습으로 나왔다. 이 같은 ‘한술 더 뜨기’야말로 이세돌의 장기이자 특유의 승부호흡이다. 젊은 기사들은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채 모니터를 쏘아보고 있다. 흑▲의 방벽이 생겨났으므로 이제 좌변 흑 대마에 대한 공격도 틀렸다. 이창호 9단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됐고 그래서 강제 집행 성격의 전면전으로 나가고 있다. 이런 강압은 이창호 9단에게선 드문 일이다.

109의 절단은 이 한 수. 수읽기가 전공과목이라 할 이세돌 9단은 흑이 불리한 싸움은 아니라는 걸 단박에 읽어냈다. 하지만 덤벼오는 상대가 이창호 9단인지라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다(2008년은 ‘이세돌의 해’였으나 이창호에게는 1승4패. 세상 위에 군림했지만 아직 한 사람을 제압하지 못한 것이다).

백은 112, 114로 뿌리를 끊어 큰 수상전으로 간다. 116 잡을 때 117로 뻗어 패의 양상. 백이 ‘참고도’처럼 계속 수를 조인다면 흑이 먼저 따내는 단패가 된다. 여기서 백은 A, B, C 등 팻감이 꽤 있다. 패만 이긴다면 D의 움직임도 유력해진다. 하지만 이창호 9단은 패를 놔둔 채 118로 먼저 움직였다. 무슨 사연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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