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미사일 구매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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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윌리엄 코언 신임 미 국방장관이 이번주 방한을 앞두고 우리에게 미제 패트리어트 미사일 구매를 촉구하며 이것이 안될 경우 미 의회로부터 정치적인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는 요지의 기자회견을 가졌다.미키 캔터 전상무장관이 지난해 여름 내

한했을 때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당시 박재윤(朴在潤)통산장관에게 똑같은 주문을 한적이 있다.미국 정부가 한국에 미사일을 팔기 위해 가위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북한의 스커드.노동1호등 중.장거리 미사일 공격위협에 놓여 있는 우리는 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여러 선택을 놓고 검토해왔다.이 가운데 미국의 패트리어트와 러시아제 S-300미사일이 대안으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사전압력을 가해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무기체계의 선택은 우리판단에 따라야 할 일이지 외국의 압력에 의해 결정될 일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물론 미국 주장대로 한.미간에 사실상 공동의 무기체계를 갖고 있는 현실에서 러시아제를 들여 오는 것이 과연 효

율적이냐 하는 문제는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도입된 미사일이 적과 아군을 식별치 못하는 정도가 돼서도 안되고 정확성과 경제성등도 따져야 한다.

알려진 바로는 러시아제가 가격면에서 미국의 3분의2 수준이고,러시아가 진 12억달러의 빚을 그 대금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기술이전등이 용이하다는 점등이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이다.그러나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걸프전이라는 실전(實戰)경험을 거쳐 개량된데 반해 러시아제는 이런 검증이 안돼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기술적인 문제와 전술적인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무엇이 최선인가 결정해야 할 일이고 우리정부도 당연히 그러한 판단을 할 것이다.그런데도 미국이 공동무기체계라는 한가지 요소만 가지고 밀어붙이려는데 문제가 있다.미국

에 안보를 신세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런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약점을 이용해 한국을 봉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버려야 한다.진정한 혈맹은 상호존중에서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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