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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품시장 주부 줄잇는등 불황 극복 알뜰 소비행태 자리매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29인치 TV 3만원''비디오 5만~7만원''세탁기 4만~8만원'.

서울양천구목1동에 자리잡은 60여평 규모의 중고품 벼룩시장에는 요즘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북적댄다.

가격이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전제품에는 제조회사에서 애프터서비스를 해준다는 보증서도 붙어있다.장롱과 소파를 포함한 가구류 한세트는 3만~20만원정도 주면 꽤 쓸만한 것을 장만할 수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매장 개설 첫해인 95년 7천1백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지난해 2억1천만원으로 3배 증가했다.올해는 하루 평균 80만원의 매상고를 올려 지난해보다 무려 10배이상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불황 극복을 위한 여러가지 알뜰 살림 지혜가 점차 소비행태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예전에는 그냥 버리던 중고 가전품과 가구류등을 헐값에 판매하는 벼룩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혼수품도 부모가 쓰던 것을 현재 유행하는 모양으로 다시

가공해 예물로 주고받는등'알뜰 소비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신촌 G백화점 보석코너의 경우 6개 매장에 하루 평균 30여명의 예비 부부가 찾아와 보석류 재가공을 의뢰하고 있다.이들은 부모가 사용하던 반지와 목걸이를 신세대 감각에 맞게 고쳐달라고 요구한다.결혼예물로 쓰겠다는 의도다.

이 백화점 보석코너 담당 김태우(金太佑.29)씨는“최근 보석가공이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며,새로 사가는 사람도 1개 정도 장만한뒤 나머지 예물은 재가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아이들의 옷가지등을 직접 만드는등 자급자족의 소비풍조가 주부사이에 파고들면서 재봉틀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다.서울시내 백화점에선 하루 1백여대에 가까운 재봉틀이 팔리고 재봉틀사용법 강좌에도 주부들이 몰려들고 있다.한벌에 몇

십만원씩 하는 옷가지를 직접 만들어 입게돼 가계부가 예전보다 10배 가량은 가벼워졌다고 주부 김영옥(金英玉.33.경기도성남시분당구)씨는 전했다.

여행문화도 크게 변해'거지여행'이 유행하고 있다.왕복 항공료와 여관비만 지불하는 이 여행은 일반 패키지 여행보다 30% 가량 싸다.현지에서 사용하는 경비를 따져도 패키지여행의 절반수준으로 알찬여행을 할 수 있다고 유경험자들은 말한

다.

홍콩은 30만원,일본은 40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O여행사의 경우 하루평균 거지여행 신청자가 50여명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족과 함께 3박4일동안 홍콩을 다녀온 주부 권현수(權賢秀.서울강남구청담동)씨는“남편과 함께 값싼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홍콩의 골목골목을 누비는등 추억거리를 많이 간직할 수 있었고 경비는 절반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지선.문

석.최재희 기자〉

<사진설명>

알뜰 母女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의 소비생활에서도 점차 거품이 빠져간다. 5일 서울황학동 벼룩시장에 나온 한 주부가 딸과 함께 중고 카세트 라디오를 고르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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