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이양 사업 정부지원 필요 - 중기청장.10대그룹 기조실장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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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일 처음 열린 정해주(鄭海주)중소기업청장과 10대 그룹 기조실장의 조찬간담회에서는 그동안 대기업들이 일선 현장에서 느껴온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한 생생한 지적들이 나왔다.

그간 중소기업들의 대기업 비판은 많았지만 대기업들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이나 중소기업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대기업이 자본출자를 하려해도 지분제한으로 사실상 불가능하고 중소기업에 사업을 이양하려 해도 각종 세제와 임금격차등 때문에 껍데기만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학수(李鶴洙)삼성그룹 비서실장은“최근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에 관련 인력이나 설비를 쉽게 넘겨줄 수 있는 지원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이양을 촉진하기 위해 임금격차분을 기업.정부가 분담하거나 소득세,취득.등록세를 대폭적으로 감면해주는등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대해서도“ 시장개방으로 외국 유수기업들이 고유업종에 뛰어드는 판에 국내 기업들만 묶어놓는 것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선경 손길승(孫吉丞)경영기획실장도“대기업의 어음결제비율만을 산술적으로 따지는 식의 중기지원 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그룹에선 돈이 제대로 나갔는데 복잡한 하청구조로 중간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재하청업체들의 부도로 문제가 될 경우 결국 이를 다시 물어줘야 하는등 경제논리대로 문제를 풀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고 털어놨다.

쌍용 김덕환(金德煥)종합조정실장은“중소기업의 고임금 구조개선이 시급하다”며“소사장제등을 적극 도입해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늘려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조실장들은 이와함께 현행 10%이내로 묶여있는 중소기업 자본참여 제한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아이디어 사업에 대한 제안이 그룹안에서 쇄도했지만 중소기업 지분출자 제한으로 사외에서 이를 사업화할 길이 막혀 포기한 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논의를 바탕으로▶현대그룹은 인터넷을 통해 모든 중소기업에 계열사 입찰.발주정보를 제공하고▶삼성그룹은 중소기업 상설판매장 건립 지원▶LG그룹은 중소기업 경영기술 지원단의 상설운영▶대우그룹은 베트남.중국등에 협력사 전용공단 건

설등 현실적인 지원대책을 올해 중점 추진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홍병기 기자>

<사진설명>

정해주 중소기업청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삼성.현대등 10대그룹 기조실장들은 4일 대한상의클럽에서 간담회를 갖고 자금지원방안등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논의했다. 〈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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