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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타트, 기적을 낳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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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랑이 기적을 부릅니다. 변화를 낳는 선행은 결코 거창하지 않습니다. 전남 광양의 ‘위 스타트(We Start) 마을’에서 전해온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7월 광양 ‘위 스타트 센터’의 박훈 사회복지사는 기초수급 대상자인 모자(母子) 가정을 방문합니다.

어머니(37)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들 김치훈(8·가명)군은 방 구석에 돌아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돼 가명으로 처리했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치훈이는 주변에 있는 이물질을 입에 넣는 ‘이상 행동’도 보였습니다.

복지사가 다가가 이름을 부르며 어깨에 손을 올렸습니다. 치훈이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습니다. 치훈이는 또래 아이들에게도 폭력적이었습니다. 스스로 ‘왕따’가 됐습니다. 복지사는 치훈이에게 전문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치훈이는 병원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ADHD)’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위 스타트 센터에서는 치훈이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우선 10주 코스의 ‘분노 조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악수를 하고, 서로 안아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사 방법이라는 걸 반복 학습시켰습니다. 연극과 미술·음악 치료도 병행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심과 사랑이었습니다. 박 복지사와 선생님들은 아이에게 먼저 말을 걸고, 작은 기념일도 챙겨주며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동을 돕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은 ‘가정 환경’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위 스타트’는 ‘패밀리 스타트’이기도 합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던 어머니를 재활센터에 소개해줬습니다. 어머니가 고정된 일자리를 갖게 되자 가정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작은 기적’이 찾아옵니다.

올 5월 15일 스승의 날, 치훈이가 박 복지사를 찾아왔습니다. 치훈이는 정성스레 포장된 작은 상자를 주고 도망치듯 내뺐습니다. 반짝이가 들어 있는 작은 구슬이었습니다. 박 복지사는 “가슴 한편이 아팠고, 가슴 전체가 따뜻했다”고 합니다. 다음날 치훈이가 먼저 달려와 복지사에게 안겼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고, “꼴찌였던 성적도 다른 아이에게 넘겨줬다”고 했습니다. 치훈이를 변화시킨 원동력은 중앙일보와 위 스타트 운동본부 등이 4년여 동안 알차게 이끌어 온 ‘위 스타트 운동’ 입니다. 저소득층 아동 밀집지역에 센터를 짓고, 복지·교육·보건 전문가를 배치합니다. 현재 7개 시·도에서 26개 센터가 활동 중입니다. 그곳에서는 날마다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빈곤층 아동은 100만 명에 이릅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의 미래’가 흔들리는 것을 막고자 합니다. 매달 한 계좌에 1004원씩으로 여러분은 ‘작은 기적’의 후원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아이들의 천사로 모십니다. 여러분의 온기를 보태주세요.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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