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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신보에 기금 만들어 부품업체 자금 숨통 틔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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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대·기아자동차 같은 완성차 업체가 신용보증기금에 돈을 대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받는 상생 협력이 추진된다. 부품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완성차 업체가 출연한 돈의 12.5배까지 신보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다.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가 나서 돈줄이 막힌 협력 중기들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다. 대출받을 중기는 신보에 돈을 낸 완성차 회사가 지정한다.

25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경부는 금융위원회, 자동차 업계와 공동으로 이런 내용의 자동차 업계 상생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이 방안은 호남석유화학 사례가 모델이 됐다.

호남석유화학은 신보와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위한 출연 협약’을 16일 체결했다. 호남석화가 신보에 10억원을 출연하고, 신보는 호남석화가 추천하는 중기에 출연금의 12.5배인 총 125억원까지 대출 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12.5배는 ‘적정 보증 배율’이다. 즉 신보가 100억원을 쌓아 놓고 있으면, 1250억원 한도 내에서 보증을 서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본다는 의미다.

정부는 예를 들어 완성차 업체가 100억원을 출연하는 경우 ‘매칭 펀드’ 식으로 정부가 같은 금액을 내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또 자동차 업계에 신차 개발용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임채민 지경부 차관은 “R&D 자금 융자 사업 중 일부를 자동차 산업에 돌려쓸 여력이 있다”며 “완성차 기업와 부품 중기가 함께 신차에 적용할 기술을 개발한다든지 하면 장기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겠다”고 말했다.

신보를 활용한 상생 협력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앞서 10월 말에 200억원을 출연해 기업은행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상생 협력 펀드를 만들었다.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를 받은 중기를 현대·기아차가 추천하면 기업은행이 펀드에서 20억원까지 대출해 준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 중에 현대·기아차를 뺀 나머지 3사는 신보에 출연할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완성차 업체 모임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상생 차원에선 좋은 방안이지만 최근 여건이 좋지 않아 업체별로 입장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르노삼성·쌍용차 측은 모두 “아직 참여할지 말지를 밝힐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재고가 쌓여 GM대우는 이달 22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르노삼성은 24일부터 연말까지 모든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쌍용자동차는 자금난 때문에 직원들에게 24일 예정이던 이달 월급을 주지 못했다.

권혁주·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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