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방 기업화로 건재 - '긴자 르누아르' 체인식 경영기법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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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다방이 점점 사라져가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체인식 경영기법을 도입한 기업형 다방이 건재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주)긴자(銀座)르누아르(사진)'.도쿄 나카노(中野)에서 2대째'과자점'을 경영하던 고미야마 쇼쿠로(小宮山正九郎.77)현사장이 지난 64년 다방으로 업종을 전환한게 출발이었다.1호점인 '니혼바시(日本橋)점'을 시작으

로 현재는 도쿄.사이타마(埼玉)등 수도권에만 1백26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89년 도쿄증시 점두(店頭)시장에 상장까지 해 화제를 모았다.

일본의 번화가 긴자 8초메(丁目).

백화점.패션가게등의 화려한 간판이 즐비한 이 도심에'끽다실(喫茶室)르누아르'라는 까만 글씨의 간판이 눈길을 끈다.실내 분위기는 별다른 특징이 없으며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굳이 특징을 찾는다면 테이블과 의자 높이가 낮고 푹신하다

는 정도다.고미야마 사장의 차남 후미오(文男.47)이사는 “르누아르의 상품은 커피가 아니라 쾌적한 공간”이라고 설명한다.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샐러리맨들에게'오아시스'같은 공간을 제공하는게 기업전략이란 것.주요 고객층은 30대중반 이후다.

르누아르는 도심의 비싼 임대료를 물면서 많은 직영점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생력화(省力化)'에 힘을 기울여왔다.2년전 '몽블랑 커피판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재료를 일괄구입,직영점에 공급하고 있으며 종업원도 약 1천2백명으로 최소한의 인원을 투입하고 있다.

르누아르의 각 점포에는 매출.재고등 각종 정보를 총괄 관리하는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이 갖춰져 있다.

르누아르는 89년부터 회의실을 빌려주는'공간제공'이란 상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였다.현재 요쓰야(四谷)점.교바시(京橋)점등 11개 직영점에서 회의실을 빌려주고 있는데 15명정도 들어가는 회의실을 2시간 빌릴 경우 커피값 외에 2

천2백엔(약 1만6천원)을 따로 내면 된다.르누아르의 커피값은 장소에 따라 다르다.

임대료가 비싼 긴자점은 6백엔(약 4천2백원)인데 간다(神田)점에서는 3백50엔을 받는다.르누아르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약 51억엔(약 3백60억원).버블이 꺼진 후 찾아온 불황 때문에 93년이후 옆걸음이 계속되고 있다.그러나 경영전략을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다.'르누아르풍'의 안락감을 찾는 고객층은 늘 존재한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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