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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중씨측 93년 거액인출說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현철(金賢哲)씨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박태중(朴泰重)씨와 가족등이 93년 1백32억원을 은행에서 인출해간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한보사건 재수사를 맡은 대검 중수부는 물론 검찰조직 전체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중수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朴씨의 93년 거액 인출사실에 대한 공식확인을 거부하면서“그같은 보도가 한보사건 재수사 진행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할것”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당초 한보사건 새 수사팀은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92년 대선자금 커넥션등 예민하고 폭발성이 강한 사안은 재수사 마무리 단계쯤 여론과 정치권 움직임에 따라 수사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나름대로의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朴씨의 거액 인출사실이 갑자기 언론에 폭로되자 수사팀이 대선자금 수사를 더이상 외면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대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한보사건의'몸체'는 김현철씨등 특정 개인수준을 넘어'정권차원'이 될 것이 틀림없

다.또 한보특혜 대출의혹도 대선자금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많은 소장검사들은 한보사건의 정확한 진상이 수서사건의 경우처럼 다음 정권때나 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현정권에서 이 부분 수사가 이뤄진다 해도 의혹을 남기지 않으려면 여권의 대선후보가 결정된 뒤에나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때문에 朴씨 계좌에서 93년 거액인출 사실이 밝혀졌어도 검찰은 공식확인은 커녕 돈의 출처조사조차 주저하고 있다.특히 시기로 보아 93년이 바로 대통령선거 직후기 때문에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 사무국장으로 대선때 외곽지원을 맡았던 朴

씨 계좌에서 이때 거액이 인출됐다면 대선때 사용하고 남은 돈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검찰이 계좌추적을 통해 이 돈의 출처를 밝혀낸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한보 鄭총회장의 대선자금 제공설은 물론 당시 김영삼(金泳三)후보 진영의 대선자금 전체를 수사하라는 국민적 요구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 수사당시 법률 적용상의 어려움을 들어 盧씨가 후보시절 받은 대선자금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대선자금 수사나 처벌의 전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속셈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보사건 1차수사 당시 검찰이 정태수씨의 개인재산 추적및 압류조치등을 취하지 않은 것도 당시 수사팀이 鄭씨로부터 대선자금과 관련된 모종의'협박'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란 추측성 소문도 있었다.

이제 검찰수사는 점점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대선자금과 관련한 일체의 언론보도등을 무시한채 한보비리 관련자 수사에 초점을 맞춘뒤 가을께 대선자금 수사에 나서거나 곧바로 한보특혜와 대선자금과의 연관성을 수사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지만 어느 것이 현명한 방법일지는 누구도 알수없는 상황이다. 〈이상언 기자〉

<사진설명>

김현철씨 측근인 박태중씨가 지난 2월26일 팔레스호텔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고 있다.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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