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의 정부’ 국무부 파워 막강해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국무부가 막강한 권한을 가질 전망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는 중동 등 분쟁 지역에 거물급 외교 전문가를 특사로 파견해 분쟁 해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나 국방부가 맡고 있는 경제 협력이나 이라크 등 분쟁 지역 재건 작업을 국무부가 맡을 예정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공격적 특사 외교=국무부 관계자는 “힐러리는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 대사와 데니스 로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국장 등 외교 거물들을 특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정부와 빌 클린턴 정부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했던 로스는 중동 특사로 거론되고 있다. 클린턴 정부에서 보스니아 평화 협상을 이끌었던 홀브룩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로 거명되고 있다. 그는 핵 개발 의혹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는 대(對)이란 협상도 이끌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정권 인수팀 관계자는 “뭄바이 테러 문제와 핵 협상 등을 위해 인도에도 특사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힐러리의 적극적인 특사 외교는 부시 정부의 외교적 실패와 클린턴 정부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부시 정부는 분쟁 지역에 특사를 거의 파견하지 않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바쁜 일정을 쪼개 분쟁 중재에 나서다 보니 거의 성과가 없었다. 반면 클린턴 정부는 특사 외교로 유고 내전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특사는 막강한 권한과 함께 분쟁 해소에 전력 투구해 대립 세력 간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데 유리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9년 북한에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특사 형식의 대북정책조정관으로 파견해 북핵 위기를 해소한 바 있다. 힐러리도 북핵 협상에 페리 전 장관이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특사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런 밀러 우드로 윌슨 국제연구센터 연구원은 “힐러리가 특사를 적극 활용하려 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반겼다.

경제 협력과 분쟁 지역 재건=힐러리는 국무부 부장관에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외에 제이콥 루 전 백악관 예산실장을 지명했다. 국무부 부장관을 한 명만 둔 부시 정부에 비해 국무부 위상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다. 폴 오닐 전 하원의장 보좌관 출신으로 의회와 정부에 발이 넓은 루는 국무부 예산을 대폭 늘리는 데 앞장설 것으로 NYT는 전망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국무부 예산 증액에 찬성하고 있다.

힐러리는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다른 나라와 협력하는 업무도 국무부 주도로 할 계획이다. 부시 정부에서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주도했다. 또 새 정부에선 이라크·아프간의 경제 재건에 국무부가 적극 나선다. 국방부도 이라크 등에서 미군이 반군 소탕 등으로 업무가 과중한 만큼 재건 작업은 국무부가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오바마 정권 인수팀 관계자는 “미국의 핵심 전력으로 외교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홍 기자

[J-HOT]

▶ 김정일이 DJ 방북시 내놓은 '와인잔'은?

▶ 부시보단 '라이스', 선물 3억원여 더 받아

▶ '위안화', 아세안서 제2의 달러로 통용

▶ "'어륀지' 때문에 교육 개혁 어려웠다"

▶ 이태식 주미 대사 교체 유력, 후임은…

▶ 재계약 뜻 없으면 만기 전 꼭 서면 통보해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