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주간 계기로 본 정신질환 치료.재활 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건강한 정신,우리의 행복'.4월1~4일을 정신보건주간으로 정한 대한신경정신학회(회장 洪剛義)의 올해 슬로건이다.학회가 이처럼 범국민행사를 벌이게 된 것은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 정신질환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판단 때문.특히

치료와 예방이 가능한 정신질환의 방치는 개인과 가족,그리고 사회의 황폐화로 이어진다.정신과 질환중 난치인 정신분열증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매년 2백만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현재 40만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영동세브란스 정신과 김찬형(金燦衡).아주대병원 이영문(李泳文)교수의 도움말로 정신분열증의 새로운 약물치료와 재활에 대해 알아본다.

◇부작용 많이 줄였지만 비싼 것이 흠=90년대초까지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치료제는 클로르프로마진이나 트루풀루오페라진과 같은 도파민 수용체 차단제들.

도파민은 우리 몸에서 각성이나 혈압조절과 같은 생체기능을 조절하는 뇌신경 전달물질로 이들 물질의 증가가 정신분열증을 유발한다는 가정아래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돼 왔던 것.그러나 이 약은 망상.환각.충동적 행동에는 효과가 높지만

감정이 없어지고 의욕이 떨어지는등 단점이 지적돼 왔다.

특히 중추및 자율신경계의 부작용을 유발,얼굴이 굳어지고 팔다리의 운동장애등 역효과도 나타낸다.

이같은 부작용을 개선하고 효과를 높인 약이 89년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공인한 클로자핀과 93년 임상에 사용된 리스페리돈이다.도파민 뿐만 아니라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수용체도 차단하는 이들 약은 특히 난치의 분열증에

효과가 높고 신경운동계 장애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문제는 가격이 기존 약보다 10배가량 비싸 장기복용 환자에겐 부담이 된다는 것.

◇꾸준한 약 복용이 재발 방지의 관건=약을 먹기 시작해 효과가 발휘되는 기간은 2~8주.약복용 시작후 졸음.구강 건조.초조등 흔한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1~2주 후에는 대부분 사라진다.이때 약을 끊었다 다시 복용하면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처음 발병후 최소 1~3년은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한다.그러나 새로운 약들도 백혈구의 하나인 과립구가 현저히 줄어들거나 저혈압,손발떨림등이 일부에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의사와 정기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재활계획은 치료 시작부터 세워라=10대 후반~20대 초반에 발병하는 환자가 많은데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20~30%는 완치,50~60%는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가능하다.장기간 방치했거나 재발 횟수.나이가 많을수록 재활이 어렵다.

따라서 입원은 약의 효과가 나타나는 두달 이내로 줄이고,퇴원후 약을 복용하면서 체력관리.사회적응및 대인관계 훈련을 꾸준히 계속해야 한다.이는 치료후 사회 복귀와 적응이 쉽기 때문.단순제조업은 물론 공무원.교사등 예전의 직업으로 복귀

한 이들이 무수히 많다.

◇주변의 재활치료기관을 활용할 것=최근 정신치료는 입원 중심에서 개방.재활개념으로 전환하고 있다.병원에서 운영하는 낮병원,병원과 연계해 지역사회에 설치된 주간진료소(태화 샘솟는 집)와 정신보건센터등이 그것.정신보건센터는 2~3년전

부터 서울 강남.서대문,경기도 수원에서 시범운영되고 있고,올들어 경기도 안산.의왕.고양.인천.남양주.평택.용인.광주등 8개 지역 보건소에 개설됐다.생보자는 무료,의료보험환자는 실비만 받는다. 〈고종관 기자〉

<사진설명>

낮병원 프로그램에 참가,종이접기를 하며 놀이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정신분열증은 낫는다는 신념을 갖고 의료진과 함께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