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채권신용은행,船團式경영 포기- 해외지점 폐쇄.본점건물 매각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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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거액의 불량채권을 안고 비틀거리던 일본 채권신용은행이 28일 마침내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단안을 내렸다.6개 해외지점과 8개 현지법인을 폐쇄함으로써 해외영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채권신용은행은 또 연내 본점 건물을 매각하고 내년에는 자회사인 3개의 론뱅크(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는 대신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여 이를 고객에 대출해주는 금융기관)의 불량채권도 대폭 털어내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다수의 해외 영업망과 자회사로 거느리며 해오던 선단식(船團式)경영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자산규모 일본내 17위인 채권신용은행의 이번 조치는 일본금융기관들의 불량채권 처리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후반부터 업무확장 전략을 택한 채권신용은행은 주택금융전문회사(住專)등에 대한 대출을 늘렸으나 땅값 폭락에 따라 관련 대출이 모두 부실화되면서 거액의 불량채권을 안게 됐다.현재 채권신용은행의 불량채권 규모는 1조3천억엔(약

10조원)에 이르고 계열 론뱅크들도 8천5백억엔의 불량채권으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지난 21일 일본채권신용은행에'투자 부적격'판정을 내렸으며 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국제결제은행(BIS)이 해외업무에 필요하다고 판정한 8%에 크게 못미친다고 지적했다.한편 일본채권신용은행은 한국은행의

전신인 조선은행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식민지 당시 한반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해온 조선은행은 해방과 함께 그 기능이 한국은행으로 넘어갔으나,조선은행에서 근무하던 일본계 직원들이 일본으로 돌아와 조선은행 도쿄지점을 중심으로 만든

것이 채권신용은행이기 때문이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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